[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경기도의 한 계곡에서 남편이 물에 빠지도록 유도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씨와 내연남 조현수씨가 3일 열린 첫 재판에서 증거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며 혐의 인정 여부에 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규훈)는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조씨의 1차 공판을 열었다.
검사는 모두진술에서 이씨와 조씨를 이씨 남편 윤모씨에 대한 살인미수, 살인 혐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이씨와 조씨의 변호인은 혐의 인정 여부에 관한 의견을 다음 재판에서 진술할 예정이다. 변호인은 “증거기록 열람등사를 검찰에 신청했지만 준비가 되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공소사실과 관련된 (혐의)인부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기록 양이 많아 복사하고 검토하는 데에 3주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판부에 다음 기일까지의 시간을 넉넉히 달라는 취지로 덧붙였다.
이에 관해 검찰은 “오늘이라도 열람복사 신청을 하면 바로 처리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녹색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출석한 이씨와 조씨는 약 30분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태연하게 고개를 들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본인확인이나 공소장 확인 여부 등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윤씨 유족인 누나와 매형은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유족 측은 “이씨와 조씨가 법정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봤는데, 전혀 고개를 숙이거나 하지 않았다”며 “반성의 모습이 없었던 것 같다”고 울먹였다. 또 “3년 동안 우리가 겪은 고통을 이씨와 조씨가 똑같이 겪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오후 이씨와 조씨의 2차 공판을 열어 혐의 인부, 증거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 2019년 6월30일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씨에게 아무런 장비 없이 다이빙을 하도록 유도한 뒤 구조요청을 묵살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앞서 같은 해 2월에는 강원 양양군의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의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윤씨를 살해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치사량 미달로 미수에 그쳤다. 약 세 달 뒤인 5월에는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했다. 그러나 윤씨 지인이 이를 발견해 물 밖으로 나오면서 살해에 실패했다.
이씨와 조씨는 윤씨 사망 뒤인 같은 해 11월, 윤씨 앞으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기를 의심한 회사가 이를 거절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1년부터 윤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이씨는 2017년 3월 혼인 이후에도 여러명의 남성들과 동거, 교제를 하며 윤씨와는 형식적 혼인 관계만 이어갔다.
이씨는 소위 ‘가스라이팅’으로 윤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착취했고, 윤씨 재산이 떨어지자 윤씨 명의의 생명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윤씨 살해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와 조씨는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 중순 잠적했고, 약 4달만인 지난달 16일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계곡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씨와 조현수씨의 첫 공판기일인 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피해자 유가족이 심정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