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1일 오전 질병관리청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생물안전 2등급 실험실에서 시설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임상시험은 환자에게 신약을 일정에 따라 투여한 뒤, 안전성을 관찰하고 유효성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과학적 실험이다. 임상시험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데 반해 성공 확률은 10%에 그친다. 이 때문에 임상 과정을 담당하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의 경험과 전문성 여부는 성공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CRO는 제약사의 의뢰를 받아 임상 설계와 컨설팅, 모니터링, 데이터 관리를 수행하는 아웃소싱 기관이다. 신약 개발 과정의 일부를 수탁 수행하면서 비용 절감과 기간 단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약 65개 CRO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RO 기업의 인력은 지난해 기준 3년간 47.4% 증가했고, 5년간 매출은 77.7% 상승했다. 다만 국내에선 CRO 수에 비해 유럽 의약품청(EMA) 등 권위 있는 기관에 안전성 정보를 보고할 자격을 갖춘 기업은 소수에 그친다.
국내 CRO 중에선 2000년 설립된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 Global PS)가 업계 선도 임상시험 수탁기관으로 꼽힌다. LSK는 국내 CRO 중 최초로 국제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 'CCDM® Industry Partners' 인증을 확보했다. 이는 전 세계 16개 기업만 보유한 인증이다.
또한 LSK는 국내 CRO 중에선 최초로 약물감시 부서를 만들었다. LSK Global PS는 국내 CRO 중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EMA에 안전성 정보를 보고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폴란드에 국내 CRO 최초로 약물감시 유럽지사를 설립한 바 있다.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사무실 전경. (사진=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이외에도 LSK는 임상 영역 중 데이터 관리와 통계 분석 부문에 강점이 있다. 임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의 유효성과 가치 등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와 통계 부문은 상당히 중요하다. LSK는 국내 CRO 중에서 통계학 박사 출신과 경험이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LSK 이영작 대표도 통계학자 출신이다.
향후 계획과 관련, LSK관계자는 "LSK는 국내 임상만 다루는 것이 아닌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파트너가 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씨엔알리서치(359090)도 국내 CRO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씨엔알리서치는 작년 6월 기준 1022억원의 수주 잔액을 달성해 국내 CRO 분야 톱 티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같은 해 IPO에성공해 코스닥에 상장한 바 있다.
실제 씨엔알리서치는 2018년 592억원, 2019년 719억원, 2020년 929억원, 지난해 상반기 1022억원 등 수주 잔액이 급증했다. 씨엔알리서치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임상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했다는 설명이다. 작년에 씨엔알리서치는 선제적으로 인력 100명을 미리 증원해 신규 수주에 대비했다. 신규 수주의 증가가 매출 견인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씨엔알리서치는 항암 분야 임상에 대한 선제적 준비도 완료했다. 세계 임상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항암 분야에서 임상 수요가 늘어날 것을 파악해 2009년 항암 전담팀을 만들었다. 항암제는 약물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부작용 등을 조사해야하기 때문에 까다롭고 어려운 분야다. 현재 씨엔알리서치는 항암제 임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항암제 팀을 중심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씨엔알리서치는 전문인력 보강을 통해 경쟁력을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1월과 7월 공채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임직원 수는 전년 동월 기준 25.2% 늘어난 422명이다.
씨엔알리서치의 전문인력은 제약사의 임상을 위한 일련의 업무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CRO의 전문인력이 담당하는 부문은 △제약사의 임상시험 진행 △데이터 관리 △임상이 진행되는 병원과 커뮤니케이션 △산출된 임상 데이터 관리 등 현장에서 임상 업무를 조율한다.
최근 임상에선 데이터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데이터를 만들고 수집하고 저장하는 과정이 임상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신약 개발과 임상, 허가 과정에서 IT 기반 프로그램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기존엔 임상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수기로 적었지만, 지금은 전자 자료 수집 프로그램(EDC) 기반으로 전부 바뀌면서 전자문서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게 보편화되는 추세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EMA 등 해외 주요 허가 당국 심사를 받기 위해선 현재보다 기술력과 최적화 수준을 끌어올린 IT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씨엔알리서치는 자체 임상시험 IT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몇 해 전부터 집중해오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글로벌 임상을 본격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임상 수요가 증가했고, 초기 임상 단계부터 글로벌 임상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씨엔알리서치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들의 파트너로서 글로벌 임상 수주를 지속해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