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공무원’ 진상, ‘법원 영장’이 관건

대통령기록물 보려면 국회 동의나 압색영장 필요
여소야대 국면 국회 동의 난망…행정소송도 불투명
정치권 돌파구 찾기 어려울 듯 결국 검찰 수사 수순
역대 정부 검찰, 압색 영장 받아 대통령기록물 열람

입력 : 2022-06-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해경이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의 결론을 2년여만에 번복하면서 당시 청와대 보고·지시 관련 내용이 담긴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열람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월북 결론은 북한과의 갈등을 키우지 않으려는 당시 청와대 지침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러나 최장 30년까지 보호받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보려면 관련법상 국회 동의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수 과반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국회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열람 유무를 가르는 건 결국 법원의 영장 발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정치권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21일 국민의힘은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TF를 발족하고 1차 회의를 열어 추후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여당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당시 청와대 보고·지시 내용을 공개하라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TF 1차 회의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한 번은 북한 총격에 의해, 다른 한 번은 문재인 정부에 의한 인격살인으로 두 번 죽임을 당했다”며 “처음부터 답은 월북으로 정해져 있었고 누구에 의해 어떤 경위를 거쳐 월북으로 둔갑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펴는 근거는 관련법에서 규정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 요건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대통령기록물이 중요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관할 고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이다. 국민의힘 의석수는 115석인 반면 민주당은 170석이다. 국회 차원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하려면 200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여당 의원 모두가 찬성표를 던져도 야당의 85표가 더 필요하다. 
 
민주당은 청와대 관련 자료를 볼 것 없이 군 특별취급정보(SI)를 공개하자며 정부·여당을 상대로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도 SI 정보 공개시 안보 노출의 책임은 국민의힘 탓이라고 떠넘기고 있다. 두 정당의 갈등이 식지 않으면서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이든 SI 공개든 국회 차원의 합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피해자 유족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넘어간 당시 청와대 자료를 공개해 달라며 대통령기록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놓은 상태다. 기록관이 이를 거부할 경우 유족은 행정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그러나 관련법상 정해놓은 열람 요건 탓에 승소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도 적지않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관련법상 열람 요건이 규정돼,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열람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열람 가능성이 높은 방법으로 고법원장 영장 발부가 거론된다. 피해자 유족도 문 전 대통령과 당시 관계자들인 서훈 전 안보실장 등을 대상으로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검찰을 통해 법원장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이를 토대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행정소송뿐 아니라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열람에 동의해달라고 건의하고, 영장 발부를 위한 고소·고발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정부에서도 검찰이 압수수색을 이용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한 전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반출한 혐의가 있다며 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의혹에 관해 압수수색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보고 시간조작 의혹, 이명박 정부 댓글 여론조작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수사 방해 의혹, 세월호 참사 조사 방해와 증거조작 의혹에 관해 기록관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지난 16일 연수구 옥련동 인천해양경찰서 3층 대회의실에서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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