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표진수·이범종 기자] 올 하반기 경기 침체(Recession)가 우려되는 가운데 전 산업계에 불황의 암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원화 약세, 고유가, 금리 상승 등이 겹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다만 산업별 온도차는 존재한다. 항공 등 일부 산업군에서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등 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예상된다.
3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세계경제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도 복합위기가 계속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복합위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에너지·식품 가격 급등, 중국 경제 둔화폭 확대 등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겹친 상황을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현 상황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 봉쇄와 함께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비용을 초래했다"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빠른 치유가 어려워 성장은 더욱 낮아지고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스마트폰 등 상반기 호조세를 보이던 주력 수출 품목은 하반기 들어 성장세가 급속히 고꾸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에 경제 전망이 여러 지표에서 좀 암울한 지표로 나오고 있다"며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3고' 현상이 우리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고 특히 전자, 화학, 배터리, 조선, 철강. 우리나라가 좀 중점을 두고 있는 산업에 타격이 있을 것 같아서 심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오른쪽)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는 탄탄한 파운드리(위탁생산) 수요 지속으로 올해 상반기 20.6% 고성장을 기록했으나 하반기 들어 성장률이 1.8%로 급감할 전망이다.
메모리 시장도 공급 과잉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따라서 올 3분기 D램 가격은 최대 8%, 낸드플래시는 최대 5%가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자제품 분야도 마찬가지다. 가전(8.9→-2.9%), 컴퓨터(35.5→-2.8%), 평판디스플레이(20.6→0.9%), 무선통신기기(17.3→5.8%) 등도 하반기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가 큰 석유화학의 성장률은 상반기 17.5%에서 하반기 2.5%로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통상 몇달 전만 해도 내년까지 석유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거라고 했는데 미국에서 금리를 크게 올리고 다른 나라도 잇따라 올림에 따라 앞으로 시장이 둔화될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석유 수요 감소하면 정제마진도 빠른 속도로 급락하기때문에 결국은 하반기는 수요가 얼마나 굳건히 유지가 되고 또 유가도 안정적으로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진 철강도 러·우 전쟁에 따른 일시적 공급 부족으로 상반기 수출 실적이 28.3% 늘었지만 하반기는 12.2%로 업황이 꺾일 전망이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 수요 회복, 경기 부양에 따른 건설과 기계 수요 호조 등으로 상반기 수출액이 늘었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라 유럽 중심으로 철강 가격 급등세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좋아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판매가격은 계속 하락하는데 원자재 가격은 그만큼 안 떨어지고 인플레이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타이어와 철강, 배터리 가격 등의 상승이 자동차 값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아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전 산업에 걸쳐 인플레이션이라던지,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를 모두 다 받고 있다"면서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공급도 주춤거리고 있어,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항공 등 산업에서는 하반기 반등이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어렵다 해도 한편으로 샤넬이나 롤렉스 매장 앞에 줄이 길었던 것처럼 항공 역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하반기에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조재훈·표진수 ·이범종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