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최근
유한양행(000100)을 필두로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선택하는 건 외부 협력을 통해 공동 임상과 신약 공동 개발 등 R&D에 드는 비용을 경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혁신 속도를 높이고,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 외부 자원 활용 방식이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에선 유한양행, 대웅제약(069620), 한올바이오파마(009420) 등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유한양행은 기초연구 지원을 통한 혁신 신약 연구개발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가동에 나선다. 유한양행은 '유한이노베이션프로그램(YIP)'의 연구과제 선정을 완료하고 3분기부터 연구지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추후 신약 개발 및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초연구 단계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국산신약 31호로 허가됐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7월 오스코텍(039200)의 자회사 제노스코와 렉라자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비임상, 임상시험을 진행해 2018년 11월 얀센세 렉라자를 기술수출했다.
한올바이오파마 수원연구소. (사진=한올바이오파마)
대웅제약은 업계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면역세포치료제와 항암 신약부터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 개발까지 다양한 업체와 협약을 맺고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웅제약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청각재활연구소와 난청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줄기세포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대웅제약은 오픈 이노베이션 글로벌 확대에도 관심이 많다.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에서 열린 투자포럼에서 그간 추진해 온 인도네시아 사업과 향후 계획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또 우수대학 및 인재와 함꼐 추진할 산학 연계 오픈 이노베이션의 현황과 계획도 공유했다.
한올바이오파마도 오픈 이노베이션에 주력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다양한 국내 기업, 해외 기업과 혁신신약 개발 관련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Roivant, 중국의 Harbour BioMed, 한국의 대웅제약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 및 R&D 전문가와의 오픈 콜라보레이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집중하는 이유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과 맞물려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그간 쌓아온 연구와 생산, 품질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그러나 자본과 규모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당장 경쟁하기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내수 및 제네릭 위주 산업구도를 탈피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략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유한양행 소속 연구원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즉 오픈 이노베이션은 제약과 제약, 제약-벤처, 국내와 국외기업, 산학연병, 민관협력 등 개별 주체가 가진 역량을 결집해 한계를 극복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좋은 전략이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대학, 연구소 벤처기업 등과 부딪히며 기회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인프라 구축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GOI) 가속화를 통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전 세계 중 비중 31.6%, 3,695억 달러)인 미국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원희목 회장은 지난달 8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한국바이오혁신센터(Korea Bio Innovation Center in Boston)’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날 보건산업진흥원이 개소한 한국바이오혁신센터는 미국 보스턴 켄달스퀘어의 캠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에 자리를 잡았다. CIC는 보스턴, 마이애미 등 9개 지역에 위치한 공유사무실로, 세계 각국의 75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실시간 정보공유와 파트너십, 기술이전, 합작투자법인(JV) 설립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 독일, 캐나다, 벨기에 등 각국 정부는 CIC에 자국기업 중심의 거점을 두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센터 개소를 통해 미국 현지에 진출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더욱 긴밀한 민관협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CIC에 입주한 GC녹십자, 대웅제약, 스탠다임, 웰트, 유한USA, 팜캐드, 한미약품(가나다순) 등에 이어 국내 기업의 CIC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제약회관 전경.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은 상호 연구개발 및 생산 노하우를 공유하며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출자하지 않은 기업, 벤처, 대학, 병원, 정부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한국형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점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줄여준다"며 "혁신 신약들을 개발하려고 시도할 때 성공 확률이 너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오픈 이노베이션은 저변이 확대돼 신약 개발뿐 아니라 CDMO, 위탁생산(CMO)까지 하는 흐름이기 때문에 제약바이오 쪽에선 상당히 중요한 개념으로 정립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제약바이오기업에서 후보물질부터 허가까지 모든 것들을 담당하기엔 연구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제약 산업이 연구개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쉽게 말해 연구 개발 투자 금액 대비 수익이 이전보다 못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내부적으로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기보단 외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아웃소싱 형태로 비용 절감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체적으로 역량을 키워나가고, 그 외의 것들은 외주를 통해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도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임상 3상에 대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고 경험이 없다"며 "보통 임상 1상, 임상 2상, 임상 3상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기술 이전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제약사들은 임상 1상, 임상 2상 단계에서 외국계 제약사에 라이선스 아웃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대부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