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현대차, 미래 성패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달렸다

3분기 어닝쇼크·시총순위 10위로 하락…국내외 업체와 투자·협업 추진

입력 : 2018-11-23 오후 6:27:16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차가 악몽과도 같은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최대 전략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3분기 어닝쇼크를 맞았다. 당분간 반등이 요원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성패에 미래가 달렸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미국에서 판매량이 역주행 중이다. 2015년 76만1710대에서 2016년 77만5005대로 증가했다가 2017년 68만5555대, 올해는 10월까지 55만4726대에 그쳤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5년 106만2826대에서 2016년 114만2016대로 증가했다가 2017년에는 사드 여파로 78만5006대까지 급감했다. 올 10월까지 판매는 63만1171대로 지난해 10월 누적 실적(56만9356대)보다 소폭 늘었지만 2016년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G2에서의 부진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이익 2889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전년 동기(1조2042억원) 대비 76% 감소한 수준으로,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이 3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2조8613억원으로 예상했다. 정 부회장은 급기야 지난 16일 중국사업본부를 대상으로 예정에 없던 대규모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경질을 통해 조직 전체에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불러넣겠다는 취지였다. 
 
위기는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찾아왔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미국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싼타페 등 SUV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메이커들도 SUV에 집중 투자를 하면서 신차 개발, 품질 관리, 마케팅 등에서 현대차에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저가 차종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지만 판매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고급차 브랜드 부재로 글로벌 메이커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중국 내 입지가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주가 하락은 현대차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올해 1월 말 16만7500원이었던 주가는 23일 44% 하락한 9만3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에는 9만2800원까지 떨어져 시가총액은 19조8284억원을 기록해 지난 2009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시총 20조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시총 순위도 올 초 4위에서 현재 10위까지 밀려났다.
 
앞날도 난제 투성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외국산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점이 최대 변수로 거론된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났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바꿀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한국도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 서부지구 검찰청이 현대·기아차의 엔진결함 관련 리콜이 적절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으로, 품질에 일대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엔진 고장을 이유로 지난 2015년과 2017년 미국에서 170만대를 리콜했다.  
 
 
현대차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산업이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위주로 재편되는 점을 감안해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협업에 적극적이다. 전문가들도 현대차가 현재 불확실한 영업환경에 놓였으며, 생존과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급변하는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2019년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앞으로 자동차산업은 기존의 프레임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며, '뉴 모빌리티'라고 불리는 미래차 시장에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면서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공유경제 등 급속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만 국내외 미래기술 보유 기업에 9건을 투자했다. 하반기에도 7월 국내 IT 기반 종합물류업체 '메쉬코리아', 중국 배터리 공유 분야 스타트업 '임모터', 8월 인도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레브', 9월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업체 '미고', 10월 미국 인공지능 전문업체 '퍼셉티브 오토마타', 이달 6일에는 이스라엘 인공지능 전문업체 '알레그로 ai' 등에 잇달아 투자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동남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인 '그랩(Grab)'의 앤서니 탄 CEO와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다음날 현대차는 지난 1월 2500만달러(약 284억원)에 이어 1억7500만달러(1990억원)를 추가 투자하고, 기아차가 7500만달러(850억원)를 보태기로 했다. 총 투자금액만 2억7500만달러(2840억원)다. 지난달 말에는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인공지능을 전담할 별도 조직인 'AIR Lab'을 신설하고 이를 총괄할 전문가 김정희 이사를 '네이버랩스'로부터 영입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이익도 무시할 수 없지만 앞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현대차가 기술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을 확대해 상대적으로 뒤쳐진 전동화, 자율주행 등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앤서니 탄 '그랩' CEO와 만나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블룸버그 제공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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