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서 기자]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3명 중 1명 꼴로 이른바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선배가 괴롭히는 악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겪은 '번아웃(극심한 육체·정신적 피로)'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 3768명 중 30.1%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약 2개월간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를 통해 보건의료인력 20개 직종 총 3만35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괴롭힘 유형은 '폭언'이 77.8%로 가장 많고 '업무 몰아주기(36.0%)', '따돌림(34.5%)'이 뒤를 이었다.
'과중한 업무량'은 간호사 이직 사유 중 2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응답자 중 52.8%가 이직을 경험한 가운데 주된 이직 사유로 '낮은 보수수준(41.4%)'과 '과중한 업무량(40.8)'을 꼽았다.
간호사 평균 이직횟수는 1.47회로 '의원'에서 근무하는 이직률이 96.97%에 달했다. 의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최소 1회 이상 '이직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직무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정신적 소진'이 3.77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신체적 소진(3.74점), 과중한 업무량(3.59점), 역할 모호(3.52점), 열악한 근무환경(3.51점) 순이었다.
특히 '법적 업무 범위가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62.5%로 과반을 넘어섰다. 이유로는 '현재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응답이 29.6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행 법률이 변화하는 시대 및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답은 23.07%였다.
근무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항목은 '고용안정'으로 3.41점을 받았다. 직업에 대한 자긍심(3.15점), 조직 내 인간관계(3.12점), 업무 성취감(3.04) 등도 높게 나왔다.
반면 임금 수준(2.32점), 인사승진 및 노무관리(2.38점), 복리후생(2.39점), 노동강도(2.41점) 등 항목은 만족도가 낮게 조사됐다.
간호사의 주간 평균 근무시간은 37시간, 월 평균 밤번(야간) 근무는 3.04회로 집계됐다. 특히 보건소·보건기관의 밤번 근무가 5.5회로 가장 많았다. 이는 코로나19로 보건소 간호인력 업무가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지난 2020년 기준 보건의료 관련 면허·자격자 수는 총 200만9693명으로 10년 새 81만2028명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을 5.3%다.
활동인력은 총 132만835명으로 2010년 대비 60만6733명 증가했다. 이는 연평균 6.3% 늘어난 수치로 간호조무사가 72만5356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10년 새 가장 많이 늘어난 직종 역시 간호조무사(22만2052명)로 나타났다.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 3768명 중 30.1%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사진은 냉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의료진.(사진=뉴시스)
세종=김종서 기자 guse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