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용윤신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호화청사’ 매각에 이어 자산현황까지 주문하고 있지만 정확한 매각 기준 설정과 자산 가치 분석에 대한 판단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요구될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개혁과 체질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나 각 공공기관의 설립 취지가 다른 만큼, 호화청사 판단 기준에 대한 명확성과 획일적인 매각은 지양해야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또 구체적 청사진 없이 단기적 재무구조 개선에만 치중할 경우 공공기관의 알짜 자산을 ‘헐값’에 파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유휴재산이 많지 않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고 매각 과정의 특혜 의혹도 경계해야할 부분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번 자산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향후 출자회사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민영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10일 <뉴스토마토>가 행정 전문가 등 복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공공기관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획일적 판단 기준 등 단기적 재무구조 개선으로만 따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심도 적지 않았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공공부문 자산을 전수조사해서 기관 보유의 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부터 적정 수준으로 매각 처분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정원과 보수도 엄격한 기준으로 운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불필요한 공공기관 자산을 매각해 당면한 민생 현안과 재정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 윤 정부의 복안이다. 특히 컨벤션 시설, 홍보관, 유휴부지를 비롯, 골프장·콘도 회원권 등 과도한 복리후생용 자산은 매각 물망에 오른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도 경영 평가 대상인 공공기관 133곳에 보유자산 현황 조사와 보고를 종용한 상태다. 공공기관의 부동산은 물론 계열사 및 관계기업에 투자한 지분, 회원권 등까지 모두 보고 대상이다.
이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우선적으로 손쓸 수 있는 대상이 공공부문이 된 것"이라며 "작은 정부를 구현하고, 방만한 공공기관의 재정 정상화를 위해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하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매각의 기준이 얼마나 올바르게 설정되느냐다. 일례로 호화청사를 매각한다 하지만 과연 호화청사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청사가 준공될 당시에는 나름대로 다 쓰임새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바뀐 정부의 방침에 따라 획일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매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따른다. 매각에 앞서 청사나 자산의 가치를 분석할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 과도한 자산을 보유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개인사업자처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노리고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데 임대료를 받기 위해 빌딩을 지어놓는 행태가 많다. 이는 공공기관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현재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치적 이유로 부채가 과도하게 쌓인 기관들이 있는데 당연히 보유한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해 어려운 시기에 대비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공공기관의 필요에 따라 큰 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자산을 매각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며 "만일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소명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이는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자산의 범위가 넓다. 부동산이 있을 수 있지만 자회사도 있을 수 있는데, 생산에 활용되는 자산인지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예컨대 공공기관 관련 전시를 하기 위해 전시관을 보유한 경우 1년 중 대부분은 휴관하고 몇 차례만 전시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전시회도 생산에 기여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매각한 뒤 임대하는 방안 중에 더 경제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중에는 임대를 목표로 하는 공공기관도 있다. 항만공사나 공항공사가 이 같은 케이스다. 이런 경우는 자산을 팔 수 없다. 팔면 민영화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생산과 전혀 상관없이 임대료를 목적으로 건물을 산 경우에는 공공기관의 설립 취지와 어긋나는 활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기관은 정부 예산으로 통제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부수적으로 수입을 벌어들이면 지출에 대한 통제도 약해질 수 있다. 이런 부분들까지 함께 고려해 자산 매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과 민영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결국 (정부의 조치는)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매각해서 빚이 많은 기관들은 (손실을) 메우라는 의미다. 하지만 사실상 불필요한 유휴재산이 많지 않아 실질적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자산이 정상적으로 매각되면 상관이 없는데, 정부가 일정 시한을 주고 매각할 것을 종용하면 매각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생길 수가 있어 우려된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매각됐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 실장은 "이번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공공기관 출자회사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출자회사들은 민간과 합작해서 서비스를 공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를 판다는 것은 당장은 현금이 들어오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재무적으로 손해일뿐 아니라 우회적인 민영화 단계로의 진입도 우려된다"며 "합작회사를 세워 소유권을 넘기고 기술 등을 이전하는 폐단이 나올 수 있다. 부동산 매각 자체보다는 이후 과정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호화청사 매각 주문에 이어 자산 현황까지 전수 조사를 지시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공공기관의 내부 직원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용윤신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