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내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맥주 등 주류 제품에 칼로리가 표시된다. 주류업계 자율로 영양성분 표시를 시행하기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주류업체 중 오비맥주가 내년부터 당장 시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라벨지 변경안 마련에 착수했다.
11일 <뉴스토마토>의 취재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카스 등 주요 제품에 영양성분을 표시하기 위해 라벨지를 바꾸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국내 맥주 시장을 선도하는 만큼 주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게 오비맥주의 설명이다. 오비맥주는 내년부터 칼로리 표시를 일부 맥주 제품에 적용한 뒤 2024년까지 국내 유통 물량의 70% 수준까지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오비맥주를 비롯해
하이트진로(000080),
롯데칠성(005300)음료 등 국내 주요 주류업체들은 지난달 중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영양성분 표시 이행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행 계획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내년 말이나 2024년부터 소주와 맥주에 칼로리를 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비맥주의 카스 제품. (사진=뉴시스)
당초 정부는 주류 제품에 칼로리와 당류, 포화지방 등의 영양성분을 표시하는 제도를 의무화하려고 했다. 그간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는 주류 소비량에 비해 칼로리 등 영양성분 표시가 미흡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도 주류 제품에 영양표시를 의무화 한 국가가 없는 만큼 2017년 식약처가 주류업계에 ‘주류 자율영양표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한데에 그쳤고 업계 참여는 저조했다. 현재 국순당과 해외 주류업체가 일부 제품에 한해 영양성분 표시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류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려고 움직이자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주무부처가 식약처로 바뀌고 영양성분 표시를 특정 시점부터 의무화할 경우 업체들이 기존 라벨을 변경해야하는 등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를 감안해 자율표시제로 선회했다.
일각에서는 표시 여부를 주류업계 자율로 맡기면 참여가 미온적일 것이란 우려도 나왔으나 최근 주요 주류업체들이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영양성분 표시 적용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복수의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주요 주류업체는 조만간 식약처 등 정부와 주류협회, 소비자단체 등과 영양성분 표시 적용을 위한 MOU를 맺을 예정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실무 부서에서 라벨을 바로 바꿀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내년에 칼로리 표시제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비맥주가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주와 맥주에 칼로리를 표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쟁업체인 오비맥주가 선제적으로 나선 만큼 영양성분 표시 적용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