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사형제 폐지’ 여부를 두고 12년 만에 공개 변론을 열었다. 쟁점은 사형제가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 중 하나인 생명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사형제 폐지 문제가 헌재의 위헌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번째로, 헌재는 앞서 두 번 모두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1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사형제 폐지’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번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람은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A씨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A씨와 함께 2019년 2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피청구인은 법무부 측으로 사형제도 찬성을 주장했다.
주요 쟁점은 △헌법 110조 4항이 사형의 헌법상 근거가 되는지 △사형제가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거나, 헌법 37조 2항의 비례 원칙에 위반되는지 △사형제가 헌법 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청구인 측은 “헌법 110조의 경우 군사법원과 군사재판을 규율하고, 사형은 단심할 수 없게 제한하고 있다”라며 “사형제도는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고 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헌법 110조의 구성을 갖춘 경우 사형이 가능하다는 것이냐”고 묻자 청구인 측은 “군사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예외적 사건으로 군사재판에서만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전쟁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형이 가능하다는 것일 뿐 정상 국가 상황에서는 배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 청구인 측은 "죽음 이전의 자연이 부여한 현상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라며 “생명권 박탈이 정당하다는 근거는 정부와 학계, 이해관게인 측도 객관적이고 실증적 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형제로 인한 범죄 예방 효과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인간을 수단으로 보는 등 객체화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청구인이 주로 문제 삼는 생명권 등은 절대적 기본권인데 헌법 명문에서는 절대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헌법 37조 제2항에 따르면 법률에 의한 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현재 우리 국민 대다수가 사형제를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역사와 문화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 쉽게 위헌이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공개 변론 이후 헌재는 청구인 측과 이해관계기관, 참고인 측 진술을 종합한 뒤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1996년에는 7(합헌)대2(위헌), 2010년에는 5(합헌)대4(위헌)으로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재판관 중 인사청문회 등에서 사형제 폐지 입장을 밝히거나 적극 검토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이은애·문형배 재판관 등 모두 4명이다. 사형제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는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다.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