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돌아온 외국인'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두 반도체 대장주의 주가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9조원어치 팔고 나갔지만, 최근 일주일 새 6000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매수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두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내년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말까지는 바닥을 찾는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000원(1.62%) 내린 6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000원(0.99%) 하락한 10만원에 마감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대장주는 과매도에 따른 매수 유입과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의 2분기 호실적, 미국의 반도체산업육성법 통과 기대감 등에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며 각각 '6만전자', '10만 하이닉스'를 회복했다. 외국인은 일주일 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6615억원, 228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상반기 중 삼성전자를 9조원어치 팔고 나갔다.
외국인 매수세의 유입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사적 저점 밸류에이션까지 내려오면서 '과매도' 구간이란 인식이 확대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낙폭 과대 인식이 상당히 있었고, 미국 반도체 산업 육성법안 통과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가장 큰 우려가 내년 경기 침체인데, 최근 6월 소매판매 지표가 괜찮게 나오는 등 수요 감소 우려가 완화된 점도 있다"고 최근 반등의 배경을 짚었다.
외신에 따르며 미국 상원은 이르면 19일 520억달러(약68조5000억원) 보조금 지원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산업육성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경우 10년간 중국 등에서 반도체 생산으력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들어가있어, 중국 투자 속도를 늦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두 기업 주가가 역사적 저점에 다다른 과매도 구간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지만, 단기 반등 가능성은 낮게 봤다.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 내년 경기침체와 수요 부진에 있는데,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승우 연구원은 "펀더멘탈 대비해서 상당히 저렴한 수준에 있는 건 맞지만, 내년도 실적 하락 폭이 현재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좀 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증권가에서는 내년에 최소 30% 정도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내년 실적 전망 불확실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어 "아직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다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적 하향 조정이 이뤄져야 주가 바닥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객사의 재고 감축에 따른 출하량 감소는 이미 진행 중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수요 위축으로 연대비 2%가 감소한 2억6600만대가 예상된다"며 "연초에 스마트폰 출하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매크로 위축으로 목표 달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해 "계절 성수기 진입에도 불구하고 미적지근한 하반기 시황 흐름을 예상한다"며 올해 PC, 스마트폰, TV 시장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가 최근 5~10% 역성장으로 낮아져 과거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초기 발새 때와 유사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반도체 주가가 6개월 선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말 쯤에서야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 세트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내년 상반기 중에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점진적인 수급 개선이 예상된다"며 "반도체 주가의 6개월 선행성을 고려할 때 향후 삼전 주가도 연말로 갈수록 저점을 높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희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하반기 및 내년 전망과 실적 기대치는 이미 상당히 낮아진 상태며 주가도 역사적 저점 상태"라며 "오히려 향후에는 악재보다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