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못 믿을 증권사 리포트…엉터리 실적 추정치에 시장 혼란

1분기 상장사 실적, 절반 이상은 컨센서스와 10%이상 괴리
부정확한 증권사 컨센서스에 기업 주가도 '출렁'
"기업분석은 애널리스트 기본 소양…신뢰도 높여야"

입력 : 2022-07-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실적 추정치와 실제 상장사의 실적이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증권사 리포트 자체의 신뢰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 핵심 역량인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자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실적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전망을 제공해야한다며 자본시장발전을 위해 독자적인 조사와 분석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 3곳 이상의 연결 또는 개별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171개사 중 절반 이상(113개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실제 실적과 10% 이상의 괴리율을 보였다. 영업이익이 증권사 추정치와 10% 이상만 차이가나도 ‘어닝쇼크’나 ‘어닝서프라이즈’로 불리는 상황에서 기준 자체가 엉망인 셈이다. 
 
이 같은 부정확한 실적 컨센서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1분기 GS건설(006360)의 어닝쇼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GS건설 실적발표 하루 전날까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한 GS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 평균은 578억원으로 집계됐었다. 그러나 막상 GS건설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은 영업손실 5354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GS건설의 주가는 2거래일 연속 하한가(당시 가격제한폭 15%)까지 추락해 27.73% 급락했고, 실적발표전 5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9거래일만에 2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최근에는 한 증권사의 엉터리 실적 전망치로 대형 의약품 제조사가 일정보다 빠르게 2분기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8일 A 증권사는 의약품 제조사 한미약품(128940)의 실적 추정치를 실제 성정보다 3배가량 낮게 평가해 시장의 혼란을 불러왔다. 이날 A 증권사는 한미약품 리포트를 공개하며,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07억원으로 컨센서스를 54.5% 하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약품은 시가총액이 4조원대에 육박하는 대형 상장사지만, 해당 리포트가 나온 직후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전 거래일 대비 5.1%를 급락하며 장 중 30만원대가 무너졌다. 주가가 크게 출렁이자 당초 7월 말에 실적을 발표하려했던 한미약품은 급하게 실적 발표를 했고, 실제 한미약품의 2분기 영업이익은 A증권사의 추정치(107억원)보다 3배가량 높은 296억원으로 확인됐다.
 
올해 2분기 각각 어닝쇼크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솔루스첨단소재(336370)에코프로비엠(247540) 역시 실제 실적과 추정치의 괴리율이 높았다. 증권사 2곳이 추청한 솔루스첨단소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5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솔루스첨단소재의 성적은 영업손실 7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8개 증권사가 추정한 영업이익은 680억원이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1029억원으로 컨센서스 대비 51.32% 높았다. 전망치 대비 높은 실적에 주가도 반등했다. 에코프로비엠이 실적을 발표한 지난 13일 시가총액이 10조원에 달하는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8.21%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증권사의 실적 프리뷰 리포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실적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에 투자한 투자자는 “어떻게 전망치를 3분의 1로 축소할 수가 있냐”며 “기업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제대로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와 실제 실적의 괴리율이 큰 것에 대해 국내 상장사들과 증권사의 환경을 지적하고 있다.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면 기업탐방에서 배제되거나, 기관 투자자들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어 몸을 사린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자유롭게 투자의견을 내기 힘든 국내 증권사 환경에도 문제가 있지만, 애널리스트의 독자적인 분석 없이 상장사에서 제공하는 실적 전망만 받아쓰거나, 개별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로직 계산으로 컨센서스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컨센서스와 실제 실적 괴리율이 높아질 경우 리포트를 발행하는 증권사에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장사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과 실적 전망치를 제공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기본 소양”이라고 강조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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