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내 경제가 대내외적 위기로 휘청이는 것을 지적하며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문재인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경제·부동산·연금·규제개혁 분야에서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정부의 차별점을 부각하면서도 비판의 화살을 전 정권과 야당에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권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연설에서 "반지성시대를 종식하고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다"며 "당내 문제,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며 민생 대책은 지연되었다. 무한책임을 통감한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다시 시작하겠다. 초심의 자세로 국민의 뜻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를 겨냥해 "'오늘만 산다'식의 근시안적 정책, 국민을 갈라치는 분열적 정책이 바로 민생고통의 주범"이라고 적시했다. 그는 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비과학적 방역으로 자영업자 고통 △임대차 3법 등 졸속 부동산 대책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들이 고통받았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부동산 대책을 무려 28번이나 발표했다. 627조 원이었던 국가채무가 문재인정부 5년을 거치며 1000조원을 넘어섰다"며 "그 성과가 무엇이냐는 국민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고 직격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지적, "국민의힘은 국민의 주거 안정과 합리적 조세 제도 수립이 목표"라며 공급 확대와 세율 정상화를 약속했다. 권 원내대표는 △250만 호 이상 주택 공급 △1기 신도시 특별법 △GTX 확대 및 조기 착공 등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또 1주택자에 대한 세금 인하와 공시지가 정상화, 분양가 상한제 재검토를 약속했다.
권 원내대표는 연금·공공기관 개혁의 필요성도 역설하며 칼날을 들었다. 그는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표가 떨어질까 봐 두려워서 지금까지 미루고 미루어왔다"고 했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회피로 일관하면서 단 하나의 개혁도 시도조차 안 했다"며 "이제 연금 문제는 세대 갈등을 넘어 미래를 위협하는 뇌관이 되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에 "여론을 형성하고 수렴할 수 있는 투명한 논의 기구부터 출범시켜야 한다"고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또 "공공기관 구조조정 역시 미룰 수 없다"며 "정부는 비대화된 인력과 조직을 슬림화하고, 과도한 혜택을 축소하며, 호화청사 매각을 검토하는 등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정부 주도였다면, 윤석열정부는 민간 주도"라며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해 자유로운 시장 질서를 회복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피규제자 입장에서 규제개선 권고안을 마련하는 '규제심판제도', 규제 신설시 예상되는 규제 순비용의 2배 수준으로 기존 규제를 폐지·완화하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제도, 법인세 인하, 상속세 납부 유예 등 구체적인 방안도 예시했다.
아울러 '오직 민생'을 강조하며 각종 세금 완화와 취약계층 지원 확대, 기업 규제 완화를 통한 '민생 회복'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식품류 할당 관세와 부가가치세 면제 △도로, 교통, 우편 요금 올해 말까지 동결 △전기, 가스 요금 인상 최소화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법안 통과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설립 △7% 이상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대출 전환 등 민생 대책안을 냈다. 이외에도 직장인 식대 비과세 기준을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 정치공학적으로 지난 정부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대안을 세울 수 있음을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특정 집단의 당파적 이익이 아닌 ‘오직 민생’으로 국정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 편,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권 원내대표의 연설과 관련해 "여전히 남 탓"이라며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연설에 국민이라는 단어가 34번, 규제라는 단어가 24번, 그런데 문재인과 민주당이라는 단어를 합치니까 29번 정도가 되는 것 같다"며 "전 정부와 민주당 탓만 할 게 아니라 집권여당으로서, 정부로서 새로운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라고 비판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