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액탄 입찰 짬짜미 드러나…선도·SK머티리얼즈 등 수두룩 '덜미'

담합 영향으로 평균 낙찰가 45.7% 상승하기도
투찰 가격·낙찰 예정자 조건 등 담합
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 53억3000만원 부과

입력 : 2022-08-03 오후 3:44:43
[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선박 용접용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에 짬짜미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힌 담합 업체들의 액화탄산가스 평균 낙찰가는 4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들이 실시한 선박 용접용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에 담합한 선도화학, SK머티리얼즈리뉴텍 등 등 9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3억3000만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액화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액화시킨 제품으로 선박 건조, 자동차 제조, 건설 현장 용접용 등으로 쓰인다. 또 맥주나 탄산음료 등의 식품첨가제, 병원 의료용이나 반도체 세정용 등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조사 내용을 보면 지난 2016년 세계적인 조선업 경기 불황으로 선박 용접용 액화탄산가스 수요가 급감했다. 일부 충전소들까지 조선사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에 저가 투찰해 낙찰 받는 등 액화탄산가스 제조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시기다. 2015년 4개 조선사의 액화탄산가스 구매 낙찰가는 kg당 154.5원으었으나 1년 만인 2016년 116.0원으로 24.9% 급락했다.
 
이에 따라 덕양, 동광화학, 선도화학, 신비오켐, SK머티리얼즈리뉴텍, 창신가스, 태경케미컬 등 7개 액화탄산가스 제조사는 탄산조합 사무실에서 영업책임자 모임을 열고 4개 조선사가 실시하는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에 대한 담합을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투찰 가격은 최소 kg당 165원 △낙찰 예정자는 충전소(비제조사)를 빼고 제조사들로 한정 △필요 시 액탄 물량 배분 등이다.
 
덕양, 동광화학 등 7개 사업자는 액화탄산가스 입찰에서 투찰 가격 등을 담합했다. 사진은 2017년 6월 7개 액화탄산가스 제조사 영업책임자 모임 회의록 일부.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그 결과 2017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4개 조선사가 실시한 총 6건의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에 사전 낙찰 예정자로 합의한 사업자들이 모두 낙찰받았다. 6건 구매입찰 총 계약금액은 144억원에 달한다. 담합기간 동안 평균 낙찰가는 kg당 169원으로 담합 이전인 2016년 kg당 116원에 비해 45.7% 상승했다.
 
답합한 7개 액화탄산가스 제조사들의 합의처럼 조선사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에서 제조사인 자기들만 낙찰 받으려면 충전소에 공급하는 액화탄산가스 판매 가격을 높게 해 충전소들이 입찰에 참여할 유인을 없애야 했다.
 
충전소들은 액화탄산가스를 직접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액화탄산가스 제조사로부터 액화탄산가스를 구매해 입찰에 참여한다. 따라서 액화탄산가스 구매 가격이 높아지면 원가 부담으로 경쟁에 제한을 받는다.
 
앞선 7개 회사에 유진화학과 창신화학이 더해진 9개 액화탄산가스 제조사는 조선사 발주 액화탄산가스 구매 입찰때마다 투찰하기로 합의해 둔 가격을 kg당 165원에서 kg당 185원으로 인상했다. 액화탄산가스 판매가격에 운송비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실행 결과 4개 조선사 발주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에서 담합한 제조사들 모두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에 더해 이들 사업자들이 충전소에 공급한 액화탄산가스 판매 가격이 담합 이전 평균 kg당 139.9원에서 173.3원으로 23.9%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들이 실시한 선박 용접용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에 담합한 선도화학, SK머티리얼즈리뉴텍 등 등 9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3억3000만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조선소 모습. (사진=뉴시스)
 
덕양, 선도화학, 유진화학, 태경케미컬 등 4개 업체는 다원화충전소에 공급하는 액화탄산가스 물량도 담합했다. 
 
2017년 9월부터 액화탄산가스 판매가격이 오르며 액화탄산가스 구매 물량이 많은 다원화충전소들은 액화탄산가스 제조사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필요시 거래처를 변경하겠다고 통지하는 등 반발했다. 다원화충전소는 2개 이상의 액화탄산가스 제조사로부터 액화탄산가스를 구매하는 규모가 큰 충전소로 인천, 경기 광주, 충남 천안, 충남 당진 등 4곳에 위치한다.
 
4개 다원화충전소와 거래하는 덕양, 선도화학, 유진화학, 태경케미컬 등 4개 액화탄산가스 제조사는 서로 판매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 액화탄산가스 거래 물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물량 배분을 합의했다. 
 
이들 4개 사업자는 2017년 1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기간 동안 자기들이 다원화충전소에 판매한 물량을 공유하고 이를 기준으로 물량 배분과 비율을 합의했다.
 
아울러 당초 합의한 물량 배분 비율을 넘어 판매한 제조사는 그 비율에 미달해 판매한 제조사로부터 미달 물량을 충전소 대신 구매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이번 조치는 조선·건설·자동차·식음료 등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 부자재 또는 식품첨가제로 활용되는 액화탄산가스 입찰·판매시장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담합을 최초로 적발·제재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SK머티리얼즈리뉴텍 측은 "해당 사건은 SK머티리얼즈가 2019년 11월 한유케미컬을 인수하기 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수 후 SK머티리얼즈리뉴텍은 조선 등 일반용 시장 경쟁에서 벗어나 반도체용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SK머티리얼즈리뉴텍의 사건 당시 상호는 한유케미컬이었다. 태경케미컬도 태경화학이라는 상호를 사용했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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