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현대제철 등 철근입찰 짬짜미 덜미…"과징금 2565억·검찰고발"

조달청 정기 발주 입찰서 물량·가격 합의
입찰 때마다 수시로 모여…예행연습까지
28건 입찰에 탈락 '전무'…수의계약 조작도

입력 : 2022-08-11 오후 2:57:40
 
[뉴스토마토 김종서 기자]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단가계약 입찰에 수년간 사전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짬짜미해 온 철강업체들이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특히 담합을 주도하고 공정당국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현대제철 등 7대 제강사 법인과 전·현직 직원 9명은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달청 발주 철근 입찰에 담합한 제강사 7개·압연사(압연 공정의 철근 제조업) 4개 등 총 11개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565억원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중 담합을 주도하고도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현대제철 등 7대 제강사 법인과 전·현직 직원 9명은 검찰 고발키로 했다. 고발 대상은 현대제철 전·현직 직원 2명, 동국제강·대한제강 전직 직원 각 1명, 한국철강·YK스틸·환영철강공업 현직 직원 각 1명, 한국제강 현직 직원 2명이다.
 
업체별 과징금은 현대제철 866억1300만원, 동국제강 461억700만원, 대한제강 290억4000만원, 한국철강 318억3000만원, 와이케이스틸 236억5300만원, 환영철강공업 206억700만원, 한국제강 163억4400만원 등이다.
 
조달청은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 등 공공기관이 사용할 철근 구매를 위해 1년, 2년 단위로 연간 130만∼150만톤의 물량 입찰을 하고 있다. 총 계약금만 9500억원 규모다.
 
해당 입찰은 입찰자가 계약할 희망수량과 단가를 투찰하면 최저 입찰자 순으로 낙찰자를 정하는 희망수량의 경쟁방식이다. 따라서 입찰자가 투찰한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해당 사건의 경우 최저 입찰가격이 다른 입찰자에게도 적용됐다.
 
이에 이들은 물량뿐 아니라 투찰 가격까지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총 28건의 입찰에서 단 한 번도 탈락 업체가 생기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투찰율(예정가격에 대한 낙찰 금액의 비율)은 대부분 99.95%를 넘었다.
 
이 사건 입찰 물량을 보면, 2012년 150만톤(1조205억원), 2013년 140만톤(9754억원), 2014년 140만톤(9313억원), 2015년 130만톤(7506억원), 2017년 130만톤(7163억원), 2018년 260만톤(2년분·1조7491억원) 등이다.
 
기업들은 각 업체의 생산능력, 과거 조달청 계약물량 등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배분했다. 입찰 공고가 나면 카페 등에서 수시로 만나 투찰 가격을 합의하고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서류 미비로 입찰하지 못한 동국제강 몫인 25만7000톤을 남기고 투찰해 수의계약할 수 있도록 조작했다.
 
장혜림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장은 "공공분야 철근 입찰 시장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이뤄진 담합을 적발한 것으로, 경제적 파급력이 큰 경쟁제한 행위를 시정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민간분야에 이은 입찰 담합에 대해서도 엄중 제재함으로써 향후 철근 등 판매시장에서 경쟁 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018년 민수 철근 담합 혐의로 6개 제강사에 과징금 1194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들은 영업팀장급 회의체를 조직하고 약 20개월 동안 서울 마포구 소재 카페, 식당 등에서 30여차례 이상 모임과 전화연락 등으로 월별로 적용할 할인폭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2018년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 낙찰 물량 배분·입찰 가격 합의 등 행위를 한 제강사 7개·압연사 4개 등 11개 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565억원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운반 중인 철근.(사진=뉴시스)
 
세종=김종서 기자 guse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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