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겨냥한 다가백신이 등장하면서 고위험군 4차 접종에 변수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있는 다가백신보다 이른 4차 접종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국내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률은 12.6%로 집계됐다.
코로나19 4차 접종 대상은 기저질환자와 면역질환자 등 고위험군이다. 당국은 지난 4월14일부터 60세 이상을, 지난달 들어서는 18일부터 50세 이상을 4차 접종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자 백신이 중증이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4차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정부 권고와 달리 시간을 두고 4차 접종을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올 가을쯤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가백신 때문이다. 다가백신은 두 개 이상의 항원을 넣은 백신이다.
코로나19 다가백신에는 우한주 타깃 항원만 탑재한 기존 백신과 달리 오미크론(BA.1) 타깃 항원도 포함됐다.
연내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다가백신으로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있다. 두 백신 모두 기본접종 이후 추가접종 단계에서 사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두 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전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동네 병·의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꺼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전검토 중인 다가백신의 사용 여부는 품질 자료 등 허가 서류가 제출된 뒤 결정된다. 자료 제출 이후 허가까지 걸리는 시간은 여러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통상 2개월 안팎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화이자가 개발한 5~11세용 코로나19 백신 사전검토에 착수하고 이듬해 2월 허가를 내줬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이르면 오는 10월쯤 다가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면서도 상황에 따라 도입이 늦어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정기석 교수는 "다가백신이 빠르면 10월 초에 들어올 수 있는데 생각만큼 빨리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카드는 기존 계약 물량 중 미도입분을 2가백신으로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인데 언제까지 준다는 약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50세 이상이라면 4차 접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4차 접종 대상자는 지금 맞는 쪽이 좋다"면서 "확진자가 폭증하고 고령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당장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4차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전검토 중인 다가백신의 항원이 유행 국면에서 자취를 감춘 BA.1인 점도 우려했다. BA.1 항원으로 우세종인 BA.5도 일부 막을 수 있겠지만 고위험군의 감염을 봉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최근 기업들에게 BA.5 항원을 발현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을 요구한 바 있다.
정기석 교수는 "BA.1으로 만들어 BA.4나 BA.5에도 대응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정도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BA.1로 만든 백신이 BA.5에 일부 교차 방어 효과를 보인다"면서도 "항체 결합력이 3분의 1로 떨어져 FDA도 BA.5로 백신을 만들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