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공정당국이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 혈족·인척 범위를 축소한다. 특히 사외이사 독립경영회사는 특수관계인에서 제외하고 사실혼 배우자는 특수관계인으로 포함한다.
또 한국공항공사 등 공공기관 단체급식 입찰 기준은 완화한다. 영업소별로 구역을 정한 쏘카 등 차량공유(카셰어링) 사업자의 영업구역 규제도 시장 경쟁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개선한다. 기업 방어권 강화를 위한 이의제기 절차도 신설한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의 공정위의 새 정부 핵심 추진 과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16일 보고했다.
공정위 업무보고 내용을 보면 △공정거래 법집행 혁신 △자유로운 시장 경쟁 촉진 △시장 반칙 행위 근절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기반 강화 △소비자 상식에 맞는 거래질서 확립 등 5대 핵심 과제가 담겼다.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로 규정한 현행 대기업집단 동일인의 특수관계인 범위는 특수관계인 범위를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으로 좁혔다. 해당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1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간 상태다.
사외이사가 독립경영하는 회사도 특수관계에서 제외된다. 특수관계인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기업은 상호 출자 제한, 사익편취 금지 등의 규제를 받는다.
개정안에 따라 동일인과 사실혼 배우자 사이 자녀가 있으면 사실혼 배우자도 특수관계인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M그룹 우오현 회장 등의 사실혼 배우자가 특수관계인에 포함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개정안 시행으로 대기업집단 특수관계인 수가 8938명에서 4515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시장 경쟁을 강화하는 규제 개혁 방안도 업무보고 내용에 담겼다. 공공기관 단체급식 입찰 기준을 완화하고 영업소별로 구역을 정한 쏘카 등 카셰어링(차량공유) 사업자 영업 구역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사건 조사 과정에서 피조사기업이 자료제출 등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를 신설하는 등 법 집행을 효율화한다.
송상민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이의제기 절차 신설은 피조사기업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라며 "내부와 외부적으로 의견을 들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위원회 심의 이전 단계부터 공식적인 의견 제출 기회를 확대하고 심의속개를 활성화한다. 심의속개제도는 심의를 신중하게 하고 충분한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심의속개는 공정위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공정위는 대규모 사건의 경우 심의속개를 원칙적으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부당지원·사익편취 법적용 예외대상를 명확히하고 법위반 예방, 분쟁조정 등 민간 자율적 분쟁해결도 활성화한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인위적 진입장벽을 만들고 공정경쟁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를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다. 특히 반도체·모바일과 같은 디지털 경제 핵심 분야에서 장기 계약을 강제하거나 경쟁 앱마켓을 배제하는 식의 행위를 제재할 예정이다.
송상민 국장은 "반도체 분야는 인텔이나 퀄컴의 사례처럼 배타조건부 거래 조건을 부가해 경쟁사를 배제하는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앱마켓의 경우 자사 앱마켓에만 독점 출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경쟁 앱마켓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적발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공정위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하도급대금을 물가와 연동하는 계약서를 제작해 배포했다.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를 활용하는 기업을 우수기업 공정거래 협약 평가에서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도 강화했다.
공정위는 납품단가가 시장에서 확산되는 추이를 보고 납품단가와 물가를 연동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제화 하는 것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한 새로운 유형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피해 차단을 위해 SNS 뒷광고, 거짓후기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 안전한 소비환경을 위해 부처별 안전인증 정보를 상품 바코드로 제공하고 위해제품 유통 차단과 국제분쟁 조정 등 해외직구 보호 장치도 강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윤수현 부위원장에게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 집행에 있어 법 적용 기준과 조사, 심판 등 집행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윤석열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은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시장 경쟁 촉진, 반칙 행위 근절 등을 골자로 한 공정위의 새 정부 핵심 추진 과제를 1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사진은 공정위 외관. (사진=뉴스토마토)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