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재계 총수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현장 경영에 발벗고 나섰다. 특히
현대차(005380)와
삼성전자(005930)는 미국 생산 거점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세금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현지 세제 지원에 양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출장길에는 국내외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도 동행했다. 정 회장이 직접 나선 데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 지원 대상에서 한국 전기차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올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IRA 시행으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구매자는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현대차그룹은 애초 2025년으로 예정됐던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 시기를 6개월 정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공장은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10월 미국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을 진행하고, 오는 2024년 10월 가동을 목표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사진 왼쪽부터).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광복절 특별복권 이후 현장 경영을 가속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복권 후 첫 대외 행보로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으며, 이어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센터를 찾는 등 국내에서도 경영 보폭을 넓혀 왔다.
지난 19일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 부회장은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제2공장 착공식 참석을 위해 다음 달 중 미국행에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해당 공장이 미국 내 반도체지원법이 통과되면서 세제 혜택을 누리게 된 데다 이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최근 미국 방문과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출장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재계 그룹 회장들의 미국 진출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로 보인다"며 "과거와 같이 수출에 의존하기보다는 해외 생산 거점을 활용한 직접 투자 등의 진출 방식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