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이 위기 수습과 전열 재정비를 위한 연찬회를 시작했다. 9월 정기국회 대책을 비롯해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처리, 전당대회 시기 등 눈앞에 놓인 과제도 산적했다. 당정 모두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갖는 연찬회이기에 소속 의원들의 표정도 한층 무거워졌다. 국민의힘은 '원팀'과 '민생'을 강조하며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 뒷받침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연찬회를 찾으면서 당정 의기투합에 힘을 보탰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25일 1박2일 일정으로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국민의힘 2022 국회의원 연찬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찬회에는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부처별 장·차관과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들도 총집결한다. 이날 첫 일정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당과의 교류를 넓혔다.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내홍을 서둘러 수습하고 당정이 일체감을 가지고 민생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합·민생·미래'에 방점을 둔 "이번 의원 연찬회 목표를 참 잘 잡은 것 같다. 국회와 국민의힘이 국민들에게 내려놓을 수 있는 핵심 가치 세 가지를 매우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가장 기초부터 출발하자는 마음으로 우리의 시대적 소명으로 생각하고 헤쳐 나가도록 오늘 결의하는 좋은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여당은 국민과 역사 앞에 무한책임을 진다"고 말한 뒤 여소야대를 의식해 "야당이 저급하게 가도 우린 고상하게 가서 민심을 얻어야 한다. 야당 반대가 있어도 국민들의 지지로 국정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우리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오직 민생, 오직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생을 살리고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책임 있는 집권여당, 일 잘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우리가 합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동시에 "집권 초기인데 여소야대라는 큰 벽에 가로막혀 있어 답답하기 그지없다"며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며 "민주당에서 새 대표가 선출되면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이재명 체제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번 정기국회의 방향은 'RESET 대한민국 2022 정기국회'라며 "문재인정권이 무너뜨린 법과 상식, 공정을 회복하는 국정감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탈원전·부동산 등의 정책과 혈세 낭비, 기금 고갈, 부정부패·비리, 공공기관 방만운영·알박기 인사 등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선 "국민의 삶과 다음 세대를 위한 예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이 상당히 많이 반영됐다"며 "예결위와 상임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과감한 미래를 위한 투자도 예산에 편성해달라"고 했다.
이지성 작가가 2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대체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법'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도부의 모두발언와 정책·당무 보고 후 이어진 특강에서는 논란도 일었다.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법'을 주제로 연단에 선 이지성 작가는 "국민의힘은 할아버지 이미지가 강하고 젊음과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부족하다"며 "배현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있지만 좀 부족한 것 같다. 김건희 여사로도 부족하다. 자기(애칭)가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작가의 부인은 지난 5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프로당구 차유람 선수다. 이 작가의 발언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성 외모 품평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차유람까지 합세해야 국민의힘 이미지가 젊고 아름다워진다, 이런 취지로 농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다선 의원은 "제목이랑 다른 강연에 내용도 별로 없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고, 여성 의원들은 "여성들로부터 사랑받는 정당 그런 이미지로 바꿔야 된다는 데에 방점을 두고 들었다"면서도 논란의 여지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주호영 위원장은 '첫 강연에서 이지성 작가 발언이 문제 됐는데 어떻게 보는지'를 묻자 "우리 당의 부족한 이미지를 다소 좀 보충해 주라는 것으로 들었다. 근데 앞뒤를 자세히 보니까 오해할 만하고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아서 유감"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을 끝장내야 한다'는 발언도 있었는데 의원들이 박수를 친 데에는 "책 가지고 특강을 해달라고 했는데 그 내용 미리 다 확인할 수 없다. 작가의 자유로운 반응이라 미리 사전에 상의할 수 없는 부분인데 정당 간이야 서로 비판해도 박수도 치고 웃고 하니까 그런 차원이라 생각(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당내 최대 관심사인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한 질문에는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주 위원장은 "전당대회 시기 결정은 비대위에 맡겨놓은 것"이라며 "여러 의견을 듣고 비대위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일 자유토론 시간이나 이런 때 그에 관한 발언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오후 5시부터는 각 부처 장·차관이 참석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분임 토의와 시·도별 현안 간담회가 진행된다.
천안=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