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청의 성공 조건③)"이민청 '큰 틀' 아래 고유 정책은 관할 부처가"

"이민청을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도 방법"
"일본도 '개방적 이민정책'으로 전환"
"결국 가야할 길, 국민 여론 수렴해야"
"통일 전후 북한 이주자에 대한 연구도 필요"

입력 : 2022-08-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올 하반기부터 ‘이민청’ 설립을 위한 공론화에 돌입할 방침이다.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그간 ‘국민적 반감’과 ‘부처 간 이견’ 등으로 번번이 무산돼 온 국경·이주·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설립이 이번에야말로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민자뿐 아니라 재외동포 관련 업무까지 통합·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역임한 석동현 변호사는 “노동인력 문제에서 비롯된 이민정책은 단순히 (외국인) 머릿수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닌 이 사람들(외국인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에 업무들이 분산돼 있는데 이런 업무들을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민청이 모든 각 부처의 업무를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예를 들면 이민자의 자녀 문제, 국방 문제, 병역 문제 등은 국방부, 병무청에서 핸들링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의 고유 업무는 유지하되, 큰 틀에서 (이민정책을) 컨트롤하는 기능만을 이민청이 하는 관점”이라며 “경우에 따라 (이민청을) 법무부 외청이 아닌 국무총리실 하에 두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여론 수렴 작업과 함께 재외동포청 보다 이민청 설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원 이민출입국변호사회장은 “아직 (‘재외동포청’ 설립이)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인이 된 사람들 보다는 우리나라 국민이 되겠다는 사람들을 챙기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그런 면에서 법조계에선 (재외동포청 설립에) 의아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이 회장은 “경쟁적이고 치열한 대한민국에 외국인들이 정착해 살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 절벽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언젠가는 이민정책을 개방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도 “지금처럼 농촌이나 공장 등 외국인 노동력을 빌리는 방식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그간 (외국인을 받아들이는데) 닫혀있던 일본 역시 인구수가 계속 줄어들자 결국 지난해부터 이민정책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어떤 정책을 만들 것인지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일 수도 있겠지만 국민에게 정책의 필요성을 계속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권 초기 추진력이 살아있을 때 (이민청이) 설립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민청 설립 시 법무부 출입국 관리정책과 이민정책은 분류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기능을 그대로 가져와 외청으로 독립하는 식의 이민청은 의미가 없다”며 “(한 장관이) 불법 체류자들을 엄단하면서 우수인재를 받아들이겠다는 방식은 기존의 출입국 관리정책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참고할만한 사례로 독일의 포용적 이민 정책을 꼽았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이후 이민자와 난민을 적극 수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전체 독일 거주 인구 5명 중 1명은 이민자 출신이다.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법원의 결정이나 국가기관별로 (외국인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이라며 “이는 (외국인 관련) 법률이 흩어져 있기 때문인데 통합 컨트롤타워가 있다면 통합 근거 법률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그 사례로 독일 체류법을 들었다. 독일은 체류법에 ‘통합된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조항을 둬 4년 연속 독일에서 체류한 관용지위 또는 난민신청지위를 가진 아동이 4년간 독일 교육 기관에서 성공적으로 재학했거나 학위,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21세가 되기 전 체류허가를 신청하면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한다. 임시 체류 자격을 부여받은 아동의 부모는 강제퇴거가 유예되고, 일정 요건 충족시 행정청의 재량으로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그는 “한국 국적 취득 외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2,3세 출생부터 취업 등의 과정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하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방문취업(H2) 비자 소지 외국인 외에도 통일 전후 노동시장이 개방돼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오는 이주자 등에 관한 고민도 컨트롤타워를 구상할 때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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