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소득, 사각지대 해법될까①)"땜질식 복지제도…'세모녀' 비극 안 끝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후 사각지대 지속 발생
복잡한 절차에 당사자 입증·사회적 낙인까지
"까다로운 선별 방식보다 소득보장제도가 현실적"

입력 : 2022-09-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또다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에만 창신동 모자, 수원 세모녀가 희생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관악 탈북 모자, 송파 세모녀 등 모두 우리 사회가 조금만 관심가졌으면 겪지 않았을 일들이다. 복지 당국과 정치권은 매번 뒤늦은 대책을 내놓지만 땜질식 대책은 늘 다른 곳에 구멍을 드러냈다. <뉴스토마토>는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와 소득보장제도의 실질적 가능성을 전문가들과 함께 들여다 봤다.(편집자 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의 사망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중심의 현 신청주의 원칙의 사회보장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0년 생계가 곤란한 저소득층에게 생계·의료·교육·주거급여 등을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됐으나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 시행으로 사각지대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2004년 대구 불로동에서 어린이가 돌봄을 받지 못해 영양실조로 숨지자 이듬해 긴급복지법이 제정됐다.
 
이후 의료급여제도에 본인부담금이 추진되고 근로능력평가제도와 수급자 전수조사 등이 도입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복지급여 수급 탈락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이 재차 빈약한 사회안전망에 경고음을 울리면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만드는 복지 3법, 일명 '송파 세모녀 법'이 제·개정됐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증평·구미·관악·성북·창원 등지에서도 비극이 이어졌다. 사망자 모두 수급자에 해당하지만 복지급여를 신청하지 않아 신청주의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올해에도 '창신동 모자 사건', '수원 세모녀 사건'이 발생해 사각지대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8월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초생활수급자는 작년 기준 236만명으로 인구 대비 4.6%에 해당해 여전히 그 수가 현저히 적어 소극적인 복지접근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사업을 벌여 발굴한 고위험 대상자 458만명 가운데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편입된 대상자는 2.4%(11만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물품 지원이나 민간서비스 연계 등 일시적 지원에 그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절차가 복잡하고 대상자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신청주의 제도가 계속되는 한 후속대책이 나오더라도 사각지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정수급을 막기위한 취지라지만 ‘수급자’라는 낙인효과 자체가 부담인 상황에서 복지급여를 받기 위해 소득과 재산을 비롯해 많으면 30여종의 신청서류를 내야하는 것은 물론, 왜 일을 못하는지를 증명하고, 구직활동을 위한 노력까지 검증받아야 한다. 
 
근로능력 평가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증명받아야 하는 과정에서 불합격을 받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각지대 발생이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를 살펴보면 2018년 기준 생계·의료급여 수급기준에 해당하는 중위소득 40% 이하 빈곤층 141만가구 가운데 48만가구는 비수급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람들한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인가에 대해 우리가 근본적으로 고민을 해야 된다”라며 “건보료가 연체되거나 수도가 끊기거나 이런 사람들을 찾아낸다고 해도 실제 지원해 줄 수 있는 제도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 요건이 맞아야 되고 부양의무 기준에도 맞아야 되고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있는 경우에는 또 제외가 된다”며 “사각지대가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을 계속해서 보완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제도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내다봤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효과가 있기는 한데 여전히 신청을 안 해서 못 받거나 신청했지만 제도적으로 너무 엄격하기 때문에 지원을 못 받는 사람들한테는 사실은 의미가 없다”며 “지금 제도는 아주 선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조건들이 까다롭기 때문에 안심소득 같은 소득보장제도가 소득 중심으로 적용하는 부분에서 포괄 범위나 보장성이나 보장 수준에 있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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