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를 상대로 '갑질' 혐의를 받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자진 시정안이 받아들여졌다. 브로드컴은 불공정한 부품 공급계약 체결 강제 행위와 경쟁 사업자 배제 행위 등을 중단하는 내용의 동의의결안을 공정당국에 제출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 브로드컴 코퍼레이션, 아바고 테크놀로지스 인터내셔널 세일즈 프라이빗 리미티드, 아바고테크놀로지스코리아의 거래상지위 남용혐의 사건과 관련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다고 31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피해구제나 원상회복 등 합당한 시정방안을 내놓는 경우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스마트기기에 필수 부품인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의 장비에 관한 3년간의 장기계약(LTA) 체결을 삼성전자에 대해 강제한 사안을 심사하고 있었다. 브로드컴은 구매주문 승인 중단과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을 무기로 삼성전자가 다른 회사로 부품을 교체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해당 LTA는 삼성전자가 2021년부터 3년 동안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7억6000만달러 어치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금액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브로드컴에게 배상하는 내용이었다.
공정위가 사건을 심사를 진행하던 중 브로드컴이 자발적으로 스마트기기 부품 시장에서 경쟁 질서를 회복하고 중소 사업자 등과 상생을 도모하겠다며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브로드컴은 경쟁질서 회복을 위해 스마트기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선적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활용해 상대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부품 공급계약 체결 강제 행위와 경쟁사업자 배제 행위를 멈추겠다고 시정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일정 금액의 상생 기금을 마련해 반도체와 정보기술(IT)산업 분야의 중소 사업자를 지원하고 반도체 설게 전문 인력도 양성하겠다고 제안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전원회의를 열고 브로드컴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같은 달 31일 회의를 속개한 바 있다.
그 결과 스마트기기 부품은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고 동태적 경쟁이 이루어지는 분야로 빠르게 사건을 마무리할 실익이 큰 점, 이번 불공정 행위가 스마트기기 핵심 부품과 스마트기기 완제품 시장에서 각각 선도적 위치에 있는 거래당사자 간에 발생한 사건으로 동의의결을 통해 효과적으로 거래질서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이어 동의의결을 통해 스마트기기 부품시장의 혁신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점, 상생 지원 방안을 통해 중소 반도체 업체의 기술개발 및 신규진입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점을 높이 봤다.
시정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해관계인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다시 공정위의 심의·의결을 거친 뒤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 등 4개 회사가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를 한 사건곽 관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공정위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