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왼쪽)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가운데)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7일 도쿄 외무성에서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이 7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협의에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유인책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식에서 제안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는 한미일이 공조하기로 했지만 현실화하기 위한 진전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전 한일, 한미 협의에 이어 오후에는 한미일 3국 협의를 진행하면서 북한 7차 핵실험, 대북 확장억제 강화 등 공조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6월3일 서울, 7월8일 발리에서 개최된 데 이어 세 번째다. 앞서 지난 1일에는 한미일 3국 안보실장들이 미국 하와이에서 안보실장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3국의 대표는 북핵 위협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에 있어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또 최근 한반도 정세 관련 평가를 공유하고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추가도발 감행시 추진하게 될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성김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은 북한이 2017년(6차 핵실험) 이후 처음인 7차 핵실험을 준비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핵실험은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세계 비확산 체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며 "군사적 태세에 대한 조정과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나코시 국장 역시 "북한은 핵·미사일 활동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 북한이 오는 9일 정권수립 기념일을 전후로,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미일 3국이 이에 대한 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남측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를 이날 개최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전략적인 도발에 나설 태세를 갖춘 상황에서 열리는 회의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8일 회의에 대한 주요 내용이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의장에 나와 대내외 메시지를 내놓았을지 주목된다.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7일 도쿄 일본 외무성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이번 협의에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은 없었다. 전제조건 없는 만남을 강조했지만 북한이 대화를 수용할 경우, 어떤 이점을 제공할 것인지 제시하지 않았다 성김 대표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김건 본부장도 "북한과의 대화, 외교의 문도 열려 있다"며 구체적인 대화 유인책은 설명하지 않았다.
북한이 윤석열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일언지하에 거부한 이후 한미일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 경고와 확장억제 전략 모색 등 강경대응 기조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양새다. 앞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 방안이 나오기 보다는 미일이 공감하는 정도에 그쳤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거부한 가운데 이를 진전시키기 위한 주요 방안이 마련되지 못했다.
3국의 대표는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심도있는 후속 협의를 가진 후 구체적인 이행방안에 대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대북 대화에 있어 유연하고 열린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도발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