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 중인 상황에서 열리게 됐다. 양국 정상 모두 관계 개선 의지가 있는 만큼 정상회담을 계기로 강제징용 배상 등 과거사 청산과 관련한 논의에 진전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정상회담 또한 과거의 사례를 되풀이해 결국 미적지근하게 끝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는 발표 이후에도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후 진행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조가 과거사 문제보다는 한미일 간 군사 협력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사실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1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양국 의지가 확인됐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가시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고, 북핵 문제 등을 놓고 3각 협력이 주요했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정부는 미국이 종용하고 일본의 군국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한미일 동맹, 군사적 동맹을 완성하기 위한 것을 '한일관계 정상화'라고 표현하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가 일본에 대해 당당하게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일본은 그것을 수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한일관계"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에도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는 북핵 문제와 역내 현안 등에서 3각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곧 열릴 한일 양자회담이 안보 협력 측면에서는 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과거사 측면에서는 여전히 답보 상태를 만들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에서도 정상회의 의제에 대해서는 일본과 완전한 협의가 되지 않았고, 강제징용 문제는 한국 자체적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외교장관의 합의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오히려 정상회담을 볼모로 한국 정부에 해결책 제시를 종용하고 있는 상태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한국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한미일 군사협력, 미국의 압력에 의해 양보하고 타협해 온 역사가 있다"라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은 모두 미국의 압력에 의해 한국과 일본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봉인하고 과거사를 한미·한일관계 정상화에 희생해 온 결과 해방 80여년이 가까워오도록 이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