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대법원은 조만간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범 기업의 자본으로 나오는 배상은 당사자에 속하기 때문에 대위변제는 아니지만, 현금화를 위해 강제 매각을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방법 마련이 또다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강제징용 피해 배상의 핵심은 결국 일본의 '사죄'로 귀결된다. 전범기업 국내 자산의 현금화든, 한국 정부나 양국 기업의 제3자 대위변제든 어디에도 당사자의 '사과'를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일본 가해 당사자의 배상이 일정 부분 유감의 표시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단체인 '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은 지난 1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를 먼저 하는 게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월26일 외교부는 근로정신대 강제노역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을 연기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은 미쓰비시가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을 하지 않자, 국내 자산을 현금화 해달라는 내용이다.
아울러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지난 6일 '한일 관계 개선 위한 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피해 당사자인 한국이 배상 방안에 대한 선제적 입법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의장은 2019년 한일 양국 기업과 양국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기금을 조성하고 별도의 재단을 설립해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방안 또한 입법을 할 수 있는 현직 의원이 제시한 것이 아닌데다 민관협의회의 호응도도 크지 않아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법조계에서도 입법 마련 절차 또한 피해자 간 협의, 한일간 협의, 국회 입법 등 절차가 복잡하고 입법 후에도 실질적인 이행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미 대법원이 4년 전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렸는데, 더 이상의 입법이 추가된다고 해서 양국의 갈등이 쉽사리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정희 법무법인 라포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4년이면 충분히 미뤄졌다"라며 "피해자들은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지만 이 판결 또한 피해자들이 원하는 사죄의 내용이 담겨있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쓰비시 측에서 유감 표명이 있어야 배상 방법에 대한 다른 대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라며 "곧 열릴 한일정상 회담은 양국의 입장에서도 관계가 멀어지는 것이 아닌,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지만 판결을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하는 방안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지난 8월4일 오후 광주서구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사죄·배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