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외면하는 대학·학회…김건희 '논문 표절' 진통 계속

김 여사 논문 실은 학회, 국민대 검증 결과 따르기로
법제처, 국민대 '검증시효 규정' 유권해석 반려
숙명대, 본조사 묵묵부답…학계 안팎 반발 증폭

입력 : 2022-09-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이 계속되고 있지만 관련 학교와 기관들이 조사를 외면하면서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이 최근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로부터 제출받은 공문을 보면 이 학회는 지난 2일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어 김 여사의 논문이 문제없다고 결론 낸 국민대의 판단을 따르기로 했다.
 
이 학회는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라고 표기한 논문을 포함해 김 여사 논문 2편을 실은 바 있다.
 
교육부 제16조를 보면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검증 책임은 해당 연구가 수행될 당시 연구자 소속 기관에 있다. 이에 따라 이 학회는 학술지에 실린 김 여사 논문이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재학 당시 작성됐기에 검증 책임이 있는 국민대의 결론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학회는 김 여사 논문에 대한 별도의 검증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 또한 김 여사의 논문 검증 시효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려달라는 국민대의 요청을 반려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국민대는 김 여사의 논문 4편에 대한 연구부정 여부를 조사한 뒤 표절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논문들이 국민대가 정한 검증 시효를 지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자 국민대는 관련 학교의 검증 시효 규정이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법제처에 요청한 것이다.
 
법제처는 유권해석을 반려하면서 사유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외압이 부담스러워 유권해석을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나온다. 아울러 이완규 법제처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와 연수원 동기이기 때문에 김 여사와 국민대에 유리한 결론을 낸 것이라는 법조계 해석도 나온다.
 
김 여사에게 석사학위를 준 숙명여대 또한 연구부정 의혹 본조사를 미루고 있다. 숙대는 1999년 제출된 김 여사의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석사 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에 대해 지난 2월 예비조사에 착수한 뒤 3월 본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김 여사 논문에 대한 진위를 가릴 만한 조사들이 미뤄지거나 외면받으면서 학계 안팎에선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숙대 교수협의회는 '예비조사결과 승인 후 30일 이내 본조사가 착수돼야 하고, 본조사는 판정을 포함해 조사 시작일로부터 90일 이내 완료돼야 한다'는 연구윤리위 규정을 학교가 어겼다며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밖에 국민대·숙명여대 동문과 교수 단체, 야당에서도 김 여사 논문 표절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관련 내용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립대학 교수는 "표절이라면 인정하고 학위를 철회하면 되는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연구윤리를 지키도록 감시해야 할 교육부 등 기관들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학계의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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