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전기차 국내 누적 보급 대수가 3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액수가 소폭 줄었음에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난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전기차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어 줄어든 보조금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29만8633대다. 지난해 상반기 17만3147대에서 12만5000대 이상 증가했다. 매달 전기차가 1만대 이상 팔린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30만대 중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전기차의 급증은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주요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 가격 중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다. 문제는 보조금이 감소 또는 없더라도 전기차가 지금처럼 계속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정부는 전기차 1대 당 지원되는 보조금을 축소하는 대신 좀 더 넓게 뿌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승용차가 받을 수 있는 국비 보조금은 지난해 최대 8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 기준도 55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00만원 줄었다.
보조금 감소 흐름은 세계적 추세다. 전기차 보급에 앞장서던 유럽의 국가들도 최근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줄일 방침이다. 2025년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가격이 비슷해져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계속 치솟으면서 전기차 원가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실제 테슬라는 올해만 다섯 차례 가격을 올렸다.
현대차(005380)도 2023년형 아이오닉 5를 출시하면서 최대 430만원 인상했다.
전기차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을 축소할 경우 전기차 보급 속도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 때마다 구매 의향이 뚝 떨어질 정도로 보조금에 민감하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전기차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72%에 달했고 '없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반면 보조금이 200만원 줄었을 경우 '그래도 구매할 것'이라는 응답은 10명 중 7명에서 3명 중 1명꼴인 32%로 줄었다. 12%는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절반이 넘는 56%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보조금이 400만원 줄어들 경우 '구매하겠다'는 의향은 200만원 축소 때의 절반인 16%로 줄었다.
양재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이미 올해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등 수급난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고 배터리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전기차 원가 상승 압력도 존재한다"며 "2025~2026년으로 예상돼 온 내연기관차-전기차 가격 동등화가 지연될 수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그간의 판매량 급증세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