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구원투수 연기금은 없다…외국인보다 더 팔아

하반기에만 6500억 순매도…오히려 외국인은 '사자'
국민연금 국내 비중 축소 영향도…더 줄일 수도
"외국인 팔아도 받아줄 곳 없어…하락 가속화 우려"

입력 : 2022-09-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초강세 달러 현상에 외국인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보다 연기금이 국내 주식을 더 많이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하반기에 4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는 동안 연기금은 국내주식을 약 6500억원어치를 팔았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기금도 위험자산 대한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로 인해 매도 규모가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국내주식 비중이 줄어들 예정인 데다 허용치 범위도 늘어난 만큼 앞으로도 주가 하락 시 연기금이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해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1일부터 9월19일까지 연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645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3조9918억원을 순매수했다. 상반기에 글로벌 증시 부진에 외국인이 19조7738억원을 팔고 나갈 때도 연기금은 4173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반도체 대장주들과 최근 상승폭이 컸던 종목들을 위주로 매물이 출회됐다. 하반기 들어 연기금은 삼성전자(005930)를 9139억원 순매도했으며 SK하이닉스(000660)를 3487억원 순매도했다. 현대미포조선(010620)(899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89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미포조선은 7월 초 대비 최고 51% 오르며 11만7500원에 고점을 찍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12% 급등해, 차익을 실현하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전략적 자산배분의 측면에서 아직은 위험자산이 아닌 안전자산을 사들일 때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경기 침에 대한 우려가 높아 단순히 단기 낙폭이 크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 기조가 연기금 매도를 확대하고 있다고도 분석한다. 국민연금의 올해 자산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비중 목표는 16.3%로 작년에 비해 0.5%포인트 축소됐다. 2023년에는 15.9%까지, 2027년까진 14%로 비중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작년에 매매 밴드 허용치가 확대되면서 위아래로 허용되는 괴리의 범위도 커졌다. 6월 말 기준 국내주식 운용자금은 약 132조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약 882조7000억원)의 15.0% 수준이다. 이미 목표치를 1.3%p 밑돌지만, 작년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치를 확대시켰기 때문에 여전히 추가 매도가 가능하다. 작년 4월 정부는 SAA 허용치를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해, 원래대로면 14.3~18.3% 이내에서 국내주식을 보유해야 하지만 13.3%까지도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허용치를 늘린 방침이 주식 하락장에서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국내 증시 호황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훨씬 웃돌았을 때 연기금은 1~4월 네달 간 19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식 비중을 줄였다. 이같은 현상의 완충제 역할을 하도록 허용치를 늘린 것이지만 오히려 지금은 덜 사도 되는 유인이 되는 것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외국인이 팔 때 믿을 수 있는 건 국민연금인데 매매 밴드가 확대돼 지금은 당장 매수를 안해도 된다"며 "작년 6월 주가가 고점이었는데 그 때 밴드를 늘리지 말고 10조라도 더 팔아놨으면 고점에서 차익 실현하게 하고, 지금 덜 팔거나 더 살 여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더 팔더라도 수급상 물량을 받아낼 곳이 없는 상황이라 하락세가 가속화될 우려도 있다"며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주는 저수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게 국민연금이었는데 이제는 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기금은 연금과 기금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투자자금을 운용해 증시에서는 대표적인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은 자산운용 약 900조원을 굴려 연기금 매매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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