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남양유업 광고팀장이 육아휴직 후 일반 팀원으로 복귀한 사건에서, 남양유업의 인사는 보복인사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의 업무상 필요에 의한 인사에다가 그 결정시기도 육아휴직 신청 전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직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 인사발령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12월 남양유업 과장급인 광고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5년 12월부터 1년간의 육아휴직을 사용한 뒤 복귀했다. 이즈음 회사는 현직 광고팀장을 해임하고, 타 부서에서 보임돼 팀원으로 근무 중이던 B 과장을 팀장으로 발령한 뒤 A씨를 광고팀원으로 배치했다.
A씨는 회사가 인사평정상 문제 없는 상황에서 특별협의대상자로 선정해 육아휴직에 대한 보복인사를 내렸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A씨가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1심은 "회사의 특별협의대상자 선정은 명목상 이유에 불과하고 원고의 육아휴직을 이유로 광고팀장에서 보직해임한 것"이라면서 "원고에게 광고팀장으로서의 특별한 결격사유가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의 경력이나 직급에 비춰 육아휴직 복귀 후 업무가 그 전 업무에 비해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도 회사가 A씨의 육아휴직에 대한 보복인사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2심에서 이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회사가 원고를 특별협의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2012년부터 원고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해인 2015년으로, 평가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지 원고가 육아휴직을 신청했기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를 광고팀장에서 보직해임하고 다른 사람을 광고팀장에 임명하기로 한 결정 역시 원고가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원고의 육아휴직으로 인해 광고팀장에서 보직해임됐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고가 인사발령 후에도 종전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은 점, 새 업무도 광고팀 업무와 무관하지 않은 점, 근무장소 역시 인사발령 전과 동일한 건물인 점 등에 비춰볼 때 회사의 인사발령으로 원고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생활상 불이익을 입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 19조 4항에 따라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복귀시키면서 부여한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려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내용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도 아울러 고려해,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의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그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휴직기간 중 발생한 조직체계나 근로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같은 업무’로 복귀시키는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그렇다면 같은 법리에서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업무에 복귀한 원고를 광고팀원으로 발령한 인사발령이 부당한 인사발령에 해당하지 않다고 보고 중앙노동위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