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왼쪽) 민주당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피켓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은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 XX들' 발언이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는 대통령실 해명에 "민주당 169명의 국회의원은 정녕 XX들인가"라고 발끈했다. 대통령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내놓으며 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일행을 향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X팔려서 어떡하나"고 말해 논란이 됐다. 해당 발언은 방송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국회 대정부질문은 종일 해당 발언을 놓고 시끄러웠다. 미국 의회와 대통령을 무시하는 외교 참사라는 민주당 주장에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했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님 정신 차리십시오. 정말 X팔린 건 국민들"이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미국 CBS와 워싱턴포스트, 프랑스 AFP 등 해외 언론들도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중요하게 다뤘다. 국제적 망신이 됐다. 먼저 AFP는 윤 대통령이 "기록적인 낮은 지지율과 싸우고 있다"고 소개한 뒤 "주요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폄하 발언이 뜨거운 마이크에 포착된 후 다시 곤경에 빠졌다"고 했다. CBS는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지칭해 "이 XX들"이라고 한 발언을 비속어(Fu****)로 해석했고, "X팔리다"는 발언 역시 욕설(damn face)로 번역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XX들"을 'idiots'로 번역했다. idiots는 바보 혹은 멍청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뉴욕포스트는 'Idiot'와 'Fu****' 등 2개의 번역 문장을 동시에 소개하면서 "글로벌 기금 회의에서 일련의 불편했던 순간"이었다고 꼬집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이 XX들"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의 거대 야당을 지칭하며,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 맞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뉴욕 현지에서 브리핑을 열고 "다시 한 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이XX들이)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다"며 "여기에서 미국 얘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어제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한 동맹국가를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며 야당 탓을 했다. 심지어 "짜집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었다", "대통령의 외교활동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고 언론 탓도 더했다.
김 수석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윤 대통령에게 해당 발언 진위를 확인했다고 했다. 미 대통령이나 의회가 아니라 우리 국회를 향해 한 말이라고 해도 '욕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에는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사과는 없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거짓 해명을 늘어놓고 있다며 기가 차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 번 양보해 한국 국회면 이런 욕설과 인식이 괜찮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할 말이 없다. 뭐라고 말씀드리겠느냐"며 "국민들은 망신살이고 엄청난 굴욕감,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자신도 100번 넘게 반복해 들어봤다며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며 국민의 청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외교적 후폭풍이 걱정되어서 어떻게든 모면해보려 했다고 해도, 거짓해명을 했어야 되겠나"라며 "거짓말은 막말 외교참사보다 더 나쁜, 국민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169명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려보자는 저급한 발상 또한 낯부끄럽다"고 질타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금 대한민국 모든 방송에서 자막을 달고 방송하고 있는데 그럼 이건 가짜뉴스, 오보란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속 의원들도 일제히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정신인가. 이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다니"라며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신속하고 진지하게 사과할 일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고, 박주민 의원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야당을 욕한 거다? 이게 하루 종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냐. 수준이 처참하다"고 했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변명을 하더라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구질구질한 것 같다. 깔끔하게 사과하는 것 이외에는 도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권도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곽승용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대통령실 해명이 나온 직후 "이제 그만 하자. 차라리 무대응을 하시던가"라며 "저도 음악했던 사람이라 잘 알지만, 이거 주변 소음 다 제거하고 목소리만 추출하는 것 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어쩌려고 이러느냐"고 걱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만약에 우리 국회를,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고개 숙였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욕한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며 대통령실 해명 굳히기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정부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펀드에 1억달러 공여를 약속했다"며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하고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막말이 야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대통령실 해명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이 XX들"로 비유했던 국회에 하루 만에 협력을 기대하는 이중적인 행동을 한 게 된다.
한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22일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2020년 10월 검찰총장 시절 국회를 방문해 '제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닙니다'고 발언한 날 일화다. 당시 윤 대통령이 휴식 시간에 엘리베이터에서 검찰 하급직에게 '니가 질문해도 저 XX들보다 낫겠다'고 말한 것을 같이 탄 국회 보좌관이 들었다고 한다. 한국 국회도 이 XX고 미국 국회도 저 XX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너무 놀라지 말라. (윤 대통령은)원래 그랬다. 저 정도 발언이면 귀여운 수준으로 동네방네 가서 다 그랬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저에 대해 '이 XX, 저XX'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 대표로서 열심히 뛰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