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OUT!②)"가해자를 감시해야지 왜 피해자를 감시하나"

수사기관·사법부, 스토킹범죄자 엄단 의지 부족
법원, 스토킹범죄 구속영장 청구 3건 중 1건 기각
미국·영국, 접근금지 명령만 어겨도 형사처벌
한국, 피해자가 장치 차고 보호시설 들어가
미국 일부 도시, 스토킹범 GPS 추적 추진

입력 : 2022-09-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의 구애활동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닌 전형적인 스토킹 범죄의 온상이 됐다.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기 이전까지 경범죄로 치부됐던 만큼 스토킹이 중대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회적인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31)처럼 단순 스토킹으로 취급되던 범죄가 살인을 저지르는 강력 범죄로 이어지면서 스토킹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스토킹을 중범죄로 인식하게 된 지는 불과 1년이 채 안 된다. 스토킹처벌법은 무려 22년간 국회를 표류했고, 그로 인해 여전히 스토킹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 피해자 보호가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을 두고 서울시의회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까 폭력적인 대응을 했다"는 망언 역시 스토킹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법안 마련에도 불구하고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인식 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국회의원(인천 부평갑·행정안전위원회)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 8월까지 경찰은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377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 중 123건을 기각했다. 3건 중 1건을 기각한 꼴이다. 전주환 역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300여 차례 스토킹하고, 합의를 요구하는 등 피해자를 괴롭혀 온 전주환이 구속됐더라면, 신당역 살인사건과 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는 비난도 여기서 나온다.
 
영국의 경우 스토킹은 중대범죄로 최대 10년의 징역을 받는다. 거기에 피해자 보호명령을 어길 경우 최대 징역 5년 형을 받을 정도로 피해자 보호가 강력하다. 미국과 호주 등도 '스토킹 방지법'을 제정해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길 경우 범죄로 판단해 처벌한다. 게다가 미국 일부 시에서는 스토킹 가해자에게 GPS를 부착하는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해당 국가들의 공통점은 피해자의 인권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토킹 피해를 신고하면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차고, 보호시설에 들어가는 등의 보호조치가 이뤄진다. 이러니 사생활은 물론 업무에도 방해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 스스로가 보호조치 해제 요청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스토킹 범죄 차단을 위해서는 감시 대상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봐야 한다는 인식 전환 없이는 개선되기 어려운 허점이다.
 
다만, 가해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구속은 인권침해라는 또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여러 중대 강력사건에서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최기식 변호사(법무법인 '산지')는 "조건부 석방 같은 경우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있지만 인신 구속과 관련한 문제라 남발할 수 없을 수 있다"며 "따라서 스토킹 피해자가 자기 동료와 기관장에게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관에서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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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