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이란의 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각계각층의 동참 속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이란에서는 80여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전날 이란 국영 TV는 이달 17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최소 3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역대급'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망자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 중 지난 16일 숨졌다. 이에 이란 시민들은 '히잡 반대' 시위를 시작했고, 일주일이 지난 현재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쿰이나 마슈하드와 같이 종교 색채가 깊은 도시에서도 여성들이 히잡을 찢어 불에 태우거나 시위대 앞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항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에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귀국한 자리에서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대중의 안전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위대에 경고했다.
또 정보부는 시위에 참여할 경우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이란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보냈다.
또 이란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아미니 사망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일간지 기자 닐루파 하메디를 포함해 최소 17명의 언론인이 체포됐다.
NYT는 이번 시위가 이란 공화국 건국 후 처음으로 부유한 이란인과 남부 테헤란의 시장 상인 등 노동계급, 쿠르드족과 투르크족, 기타 소수민족 등 계층과 지역, 민족을 망라한 전방위적인 동참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알리 바에즈 이란 책임자는 "젊은 세대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잃을 것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란 국민들이 현 정부가 개혁할 수 있다는 것을 더는 믿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