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26일 개장 이후 142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35원 선까지 돌파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대내외 건전성이 과거 두 차례 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09.3원) 대비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16일(1440.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무엇보다 이날 원화는 달러 대비 1.54%나 절하됐다. 원화 가치는 2020년 3월 23일(-1.57%)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일일 하락폭을 찍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9.7원 급등한 1419.0원에 거래를 시작해 바로 1420.0원을 넘어섰고, 오후에 상승폭이 확대되며 1435.4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7일(1436.0원) 이후 가장 높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 등 고강도 긴축 가능성이 높아졌고,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겹치면서 아시아권 통화도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전 2시 30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보다 0.51% 상승한 113.77에서 등락 중이다. 2002년 5월 이후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연준이 내년에도 공격적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모양새다.
공교롭게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우리가 처한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는 필요 없다"며 "국민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받아오면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전제 조건이 맞지 않는데 체결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없이 위기를 해결하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며 "처음부터 보험(통화스와프)을 가지고 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먼저 해봐야 한다"며 고 말했다. 이는 시장에 사실상 통화스와프 없이 환율 안정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시그널로 전달됐다.
아울러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미 연준의 긴축 강화와 글로벌 달러화 강세라는 대외 요인에 주로 기인하고, 우리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의 위기 시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환율 급등기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1년 미국 닷컴버블 붕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네 차례다. 과거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던 적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두 차례뿐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를 자극하는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09.3원) 대비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의 딜링룸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