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 선정과 관련해 서울시와 마포구 주민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마포 주민들 설득에 나섰지만 내달 시가 열기로 한 주민설명회 일정이 돌연 연기되면서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인 26일 처음으로 상암동 등 마포구 주민들과 직접 만났다. 만남은 당일 오전 주민들이 오 시장의 출근 시간에 맞춰 자택으로 찾아가며 기습적으로 성사됐다.
주민들은 면담에서 후보지 선정 백지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상암동 후보지 선정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내달 5일 열릴 예정이던 주민설명회를 연기하라고 오 시장에 요구했다. 이에 오 시장은 "민감한 사안이 많아 비공개 내용이 많다"며 추가 공개 여부를 입지선정위와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당초 서울시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상암동이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로 선정된 과정을 알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일단 보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향후 주민설명회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지, 연기할지는 입지선정위와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후보지 선정을 했던 입지선정위원회는 현재 타당성 조사과정 공람과 주민의견서를 받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은 의견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설명회 개최는 다소 이르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서 제출 기간이 내달 21일까지므로 주민설명회가 연기된다면 최소 21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람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입지선정위원회는 서울 전역 6만여개소 중의 후보지 중 최소 부지 면적 1만5000㎡을 기준으로 1차 후보지 36곳의 목록을 추렸다. 이후 배제기준을 적용해 2차 후보지 5곳을 선정했다.
해당 후보지에 대한 평가기준과 각 후보지가 받은 점수는 모두 회의록이 담겨 있다. 입지 후보지는 300m 내에 거주민이 없고 이미 폐기물 처리시설로 용도가 지정돼 있어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시는 지난해 후보지 공모를 받았을 때부터 지원한 자치구가 없자, 대상을 '사유지'까지 넓혔지만 결국 '시유지'를 선택하게 됐다. 시유지이기 때문에 토지 매입비 등의 부담이 없고 활용도 자유롭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후보지가 모두 공개될 경우 지역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상암동 외에 나머지 후보지의 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타당성 조사과정이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자료라고 반박했다. 후보지 결정에 반대하는 주민 수백여명은 지난 24일 마포구청 앞에서 소각장 후보지 지정을 철회하라고 시위하기도 했다.
이미 마포구에서는 하루 750t 용량의 자원회수시설에 가동되고 있는데, 2035년 기존 소각장을 철거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1000t 가량이 시설이 들어선다며 타 자치구와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변행철 마포소각장신설백지화투쟁위원장은 "기존 소각장이 있는 4개구(강남·노원·마포·양천)는 당초 서울시가 후보지에서 제외하기로 한 곳"이라며 "이미 폐기물 처리시설이라는 이유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다른 자치구와 처음부터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포구 또한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명의로 연일 입지선정위 구성이 위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입지선정위원 선정이 대부분 시의원의 추천으로 이뤄졌고, 입지선정위 설치 자체도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마포구에는 수소충전소와 화력발전소 등 기피 시설이 몰렸다는 이유로 박 구청장은 시의회에 소각장 예산을 삭감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는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 제7조에 따라 2020년 12월4일 입지선정위원회를 10명으로 구성했는데, 이 중 7명의 위원이 지난 10대 시의회에서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위원이나 평가기준은 11대 의회로 바뀌기 하루 전인 6월30일까지 다 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포 소각장 입지 후보지는 최종 결정된 부지는 아니다. 다만 주민들은 마포구가 최우선 순위인 이유, 나머지 후보지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의 의사와 별개로 상암동 후보지를 입지선정위에서 선정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서울시에 달려 있어, 소각장 건립과 관련한 주민들의 비판은 서울시로 향할 전망이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마포 소각장 신설 백지화 투쟁 본부가 소각장 추가 설치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