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정부의 지역화폐 삭감 방침을 두고 국감 첫 날부터 여야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권이 2023년 정부 예산안에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며 “가뜩이나 민생이 어렵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힘든 상황에 매우 부적절한 예산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화폐는 소상공인 그리고 자영업자의 버팀목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며 “이전 정부의 역점 사업이고 야당 당 대표의 주요 민생 대책이라는 이유로 지역화폐의 국비 지원 예산을 끊어버렸는데 정치 논리를 앞세워서 민생을 희생시킨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화폐 자체는 장기적으로는 지자체에서 자율·창의적으로 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다만 이제 코로나 정국에서 소상공인이라든지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과도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가 문제”라고 답변했다.
정부는 최근 내년도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앞서 정부는 국비로 지역화폐 발행예산을 지난해 1조2522억원 지원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 7000억원으로 6000억원 가까이 줄인 바 있다. 정부 지원액 1조2522억원에 힘입억 전국 232개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30조원 이상 발행했다.
이 장관은 “저희가 4700억원을 요청을 했는데 전액 삭감이 됐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예산 국회에서 의원들이 논의를 해 주시길 바란다”고 한 발 물러섰다. 천 의원이 재차 “그러면 장관이 이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시 살려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냐”고 묻자 “원론적인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천 의원이 “지역화폐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연말에 나오기도 전에 예산을 줄여 편성하고 기재부가 삭감했는데 아무 말도 못하면 되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은 “이제 장기적으로 (삭감이) 나아갈 방향인 건 틀림없는데 과도기적으로 피해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천 의원은 “지역화폐가 지역 안에서 대기업이 아닌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돈이 돌기 때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평가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코로나가 거의 마무리된다지만 후유증 때문에 굉장히 많은 자영업자가 힘든 어려운 이 상황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확대를 해도 모자라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지금 확대나 유지라는 것은 조금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4700억으로 줄여서 예산을 신청했던 것”이라며 “우려에 대해 충분히 전달을 하고 과도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지혜와 의견을 모아야 될 것”이라고 이견을 보였다.
반면, 여당에선 지역화폐 운영 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역화폐 삭감에 대해 힘을 보탰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화폐 부정 유통에 대해 전국 광역기초단체 전수조사를 한 결과 2702건의 부정 유통이 있었고, 환수 금액이 자그마치 1억원이 넘었다”며 “현장은 이렇게 엉망인데 이런 식의 지역화폐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필요한 곳에 현금으로 주는 것이 낫겠다”고 얘기했다.
이어 조 의원은 “전북 익산시는 가짜 수치로 작성한 쪽지 보고서를 전라북도에 올렸고 전북 부안군에선 부정 유통도 하지 않는 멀쩡한 25개 업체를 그냥 행정지도만 했다. 사실 단속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현금깡’을 해서 지역화폐 10만원을 가져와 9만원을 받으면 관리하는 업체만 배불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전반적인 흐름에는 동의를 하고 중간 단계에서 과연 국가 재정이 들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 필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