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63.6%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있었던 비속어 파문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해당 발언을 자막을 입혀 첫 보도한 MBC 책임을 물은 데 대해 "부당한 언론 탄압"이라고 했다. "MBC의 자막조작, 가짜뉴스가 맞다"는 응답은 30.2%에 불과했다.
7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5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3.6%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MBC 책임론 제기에 "부당한 언론 탄압"이라고 했다. 30.2%는 "MBC 자막조작, 가짜뉴스가 맞다"며 여권의 문제 제기에 공감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6.2%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지난달 30일 발표된 본지 5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국민 60.8%가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책임을 물어 국회와 민주당에 대한 사과를 촉구한 것과 흐름이 같았다. '사과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3.5%에 그쳤다. 또 당시 58.7%는 "언론 보도대로 '바이든'으로 들었다"고 했으며, 29.0%만이 "대통령실 해명대로 '날리면'으로 들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귀국 이후 첫 출근길에서 자신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뒤, 언론 보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러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행동에 나섰다. 같은 날 대통령실이 MBC에 보도 경위를 묻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MBC 해당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이간질할 수 있기에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MBC를 편파·조작·왜곡 방송으로 규정하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28일에는 해당 상임위를 앞세워 MBC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29일에는 '허위 자막'을 입혀 '조작 방송'을 했다며 박성제 MBC 사장을 비롯해 국장과 기자 등 관계자 4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60% 이상이 "MBC에 대한 부당한 언론 탄압"으로 바라봤다. 특히 20대와 40대에서는 70% 넘게 "MBC 탄압"이라고 평가했다. 20대 'MBC 조작' 18.7% 대 'MBC 탄압' 70.5%, 40대 'MBC 조작' 24.7% 대 'MBC 탄압' 73.5%였다. 30대와 50대에서도 'MBC 탄압'으로 보는 응답이 60%를 훌쩍 넘겼다. 30대 'MBC 조작' 31.4% 대 'MBC 탄압' 67.5%, 50대 'MBC 조작' 26.2% 대 'MBC 탄압' 69.5%였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에서도 'MBC 조작' 42.4% 대 'MBC 탄압' 47.6%로, 오차범위 내에서 의견이 갈렸다.
지역별로도 모든 지역에서 "MBC에 대한 부당한 언론 탄압"이라는 응답이 우세했다. 보수진영의 기반인 영남 역시 절반 이상이 'MBC 탄압'이라는 데 공감했다. 대구·경북(TK) 'MBC 조작' 36.7% 대 'MBC 탄압' 57.2%, 부산·울산·경남(PK) 'MBC 조작' 33.0% 대 'MBC 탄압' 61.0%였다. 민주당의 기반인 호남에서는 70% 이상이 'MBC 탄압'이라고 했다. 광주·전라 'MBC 조작' 19.3% 대 'MBC 탄압' 78.0%였다. 이외 경기·인천 'MBC 조작' 27.3% 대 'MBC 탄압' 67.4%, 강원·제주 'MBC 조작' 22.6% 대 'MBC 탄압' 64.6%, 대전·충청·세종 'MBC 조작' 30.5% 대 'MBC 탄압' 60.6%, 서울 'MBC 조작' 36.7% 대 'MBC 탄압' 56.5% 순으로, 언론 탄압에 나선 대통령실과 여당을 꾸짖었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대출 문화방송 편파방송조작 진상규명위원장,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인 중도층에서는 'MBC 조작' 23.8% 대 'MBC 탄압' 67.4%으로 인식했다. 진보층에서도 'MBC 조작' 9.8% 대 'MBC 탄압' 87.6%로, 언론 탄압으로 보는 시선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MBC 조작' 58.7% 대 'MBC 탄압' 33.9%로, MBC 책임을 묻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 'MBC 조작' 74.7% 대 'MBC 탄압' 16.9%, 민주당 지지층 'MBC 조작' 3.1% 대 'MBC 탄압' 94.4%로, 시선이 명확하게 갈렸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22명이며, 응답률은 4.3%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