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에 대한민국이 침몰 위기라더니 갈수록 느끼는 노동 생산성의 부담이 어깨를 짓누른다. 고용 시장은 훈풍이라는데 눈 위에 다시 서리가 내려 쌓이듯 설상가상 일할 사람이 없다. 쓸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인가. 일하려하는 사람이 없는 것인가. 일자리의 질적 한계가 실상인게지.
최근 고용동향을 보면 8월 취업자 수가 2841만명으로 1년 전보다 80만7000명 늘었다. 하지만 증가폭은 석 달째 감소세다. 출생아 수는 지난 2016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줄어든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33개월째 더 많다.
노인 인구는 늘고 출산율이 급락하고 있다지만 두 아이의 가장에게는 대한민국의 인구변화를 걱정할 안중 따윈 없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 가파른 통화긴축에 빠진 세계경제의 불안함 속에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서민으로 태어난 가죄가 아닐까.
첩첩산중인 한국경제가 뭘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 당정이 만들어낸 비전과 국민들의 먹고살도록 하는 구체적 경제 고리의 툴이 선명치 못하다. 오히려 기만술책으로 국민 공분만 사고 있으니 한치 앞의 앞날도 내다보기 버거울 정도다.
그렇다고 낙수효과론의 희비를 떠나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더니 아무 요량 없이 산업계의 앞날도 막을 작정인가 보다.
정·경 분리가 옛말이라며 경제를 안보에 종속시킨 졸속적 ‘대외 레버리지(Leverage)’ 논리는 패권국에게만 상납할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터져 나오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칩4 등의 소식을 듣고 있자니 빵 셔틀의 학폭과 같은 전기차·반도체 셔틀의 미폭인가, 아님 우리 정부의 무능인가.
전범기업과 불공정 으뜸 기업 제품은 소비하지 않겠다는 쇠심줄을 지녔으나 해외 브랜드인 전범기업은 그렇다 쳐도 미·중 사이 낀 국내 전자업계의 현주소를 보고 있노라면 걱정이 앞선다.
요즘 같은 때 쌀값이 폭락하면 농가 시름이 식량 안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어떤가.
“갈등 속에서도 서로 윈윈하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과 기업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먼저 이해를 구하고 미국과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인 경계현 사장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해당 발언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미·중 고래싸움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실익을 위한 외교 전략은커녕 강력한 한미 동맹만을 앞세워 ‘경제’를 안보로까지 편입시켜 빚어진 탓이 크다.
다시 말해 중국 공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버팀목이다. 이마저도 잃는다면 뭘 팔아 먹고살지 한국경제에 치명타다.
반도체 수요의 급감 영향이 이를 반증한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어닝 쇼크'를 기록한 상태다.
무역수지 6개월 적자에 이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무려 104억9000만 달러가 급감하는 등 2년4개월 만에 최대치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경제위기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YS정부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전까지도 위기는 없다고 둘러대던 재정경제원 때와 뭐가 다른지. 실익을 위한 외교전략 강화와 위기 시나리오별로 대비 능력을 키워야한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경제 기초가 튼튼하다는 장담만 늘어놓지 않았던가.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