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빙그레 '꽃게랑'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해 판매하는 식품업계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원부자재 비용 증가로 인한 영업이익률 하락 등 식품업계의 실적 악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체다치즈 200g과 400g의 출고가를 약 20% 인상했다.
서울우유 뿐만 아니라
빙그레(005180) 역시 이달부터 꽃게랑, 야채타임, 쟈키쟈키, 스모키 베이컨칩 등 스낵 6종 가격을 각각 판매가 기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가격 인상률은 13.3%다. 그동안 빙그레는 원부자재 가격 오름세에도 스낵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감내해왔다. 실제로 빙그레의 스낵 가격 인상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양식품(003230)은 이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사또밥, 짱구, 별뽀빠이 등 스낵 가격을 각각 1300원에서 1500원으로 15.3% 인상했다.
오리온(271560)도 지난달 15일부터 전체 60개 생산제품 중 파이, 스낵,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올렸다.
라면업계도 잇따라 가격인상에 나섰다.
오뚜기(007310)는 지난 10일부터 라면의 가격을 출고가 기준 평균 11%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대표제품인 진라면은 620원에서 716원으로 인상된다. 인상률은 15.5%다.
팔도 역시 이달부터 비빔면 등 12개 라면 제품의 가격을 평균 9.8% 올렸다. 앞서
농심(004370)도 지난달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11.3% 인상한 바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밀가루 가공식품인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재료 가격 인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더 이상 원가 부담을 감내할 수 없어 가격인상을 결정했다는 게 식품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밀 수입 가격은 전년 대비 45%, 옥수수 수입 가격은 전년 대비 50%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쳐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해야하는 업체의 부담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2.49로 1988년 1월 통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이다.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원부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오름세를 보이면서 식품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하락한 상황에서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은 일반적으로 5% 안팎이다. 하지만 올해 2분기 기준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률은 6.71%다. 전년 동기 대비 0.73%포인트 하락했다. 라면시장 1위인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하락한 0.56%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년보다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데에다가 고환율 상황까지 겹쳐 원재료를 수입하는 입장에서 원가 부담이 기존보다 더 심화된 상황”이라면서 “고환율이 올해 하반기 실적뿐만 아니라 내년 실적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