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쌀값정상화 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은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쌀 수급 사정에 따라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쌀값정상화법(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시사항으로, 단독 처리 역시 예고됐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국민발언대를 도입, 첫 발언자로 농민들을 불러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쌀값 폭락에 시름하는 농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단독 처리에 대한 명분을 손에 쥐었다.
국회 농해수위는 이날 오후 제3차 안건조정위원회를 열고 수확기에 초과 생산량이 예상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했고, 민주당 윤준병·신정훈·이원택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만 참석해 의결에 임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선출 이후 쌀값 폭락에 따른 농민들의 고통을 전해듣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최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쟁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대여 투쟁보다 민생 우선 기조를 통해 내분에 휩싸인 여권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올해 쌀값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7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농민들은 벼 농사를 포기하고 스스로 논밭을 갈아엎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특히 물가 폭등과 겹치면서 농민들의 생활고도 심해졌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정부는 쌀 시장 격리가 의무화될 경우 오히려 쌀 공급과잉이 심해지고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진다며 개정안에 반대, 지난달 26일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며 상임위 통과를 막아섰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의 이견이 있는 사안을 상임위 안에서 최대 90일까지 심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민주당도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흘렀다.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 개혁법안을 강행처리한 후유증도 있었다. 게다가 쌀값 하락에 농민들의 분노가 치솟자 정부는 지난달 25일 야당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45만톤의 쌀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하면서 야당의 단독처리 명분을 약화시켰다.
이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농민들이 쌀값 폭락의 원인으로 문재인정부 정책을 꼽으면서, 이 대표로서는 곤란한 상황을 타개해야만 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020년 타작물 지배 지원사업을 중단했는데, 이때부터 농민들이 손이 덜 가는 벼를 대거 키우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국민발언대를 도입, 첫 주제로 '쌀값 정상화'를 설정했다. 또 농민 대표들을 회의에 불러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와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 필요성 등에 대한 목소리를 들었다. 민주당은 국민발언대를 지속 운영,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당사자의 목소리가 국회를 통해 정책과 법안으로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두 번째 주제는 아직 미정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쌀값정상화 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발언대에 나선 한 농민 대표는 “농민들은 아직도 민주당을 신뢰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역대급 쌀값 폭락 원인을 제공한 것이 문재인정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쌀값 폭락이라는)최악의 사태를 만든 것은 윤석열정부”라며 “현재 국회에서 논란이 되는 양곡관리법은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농민들의 요구에 “국민의힘이 심하게 반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작 면적 보존을 위한 대체작물 지원제도, 자동 시장격리하는 격리제도(양곡관리법) 도입을 최대한 신속,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동시에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쌀값정상화법을 개정 과정에서 심하게 반대해놓고 비난까지 해놓고 현수막을 붙여서 ‘쌀값은 우리가 책임지겠다’ 이런 것을 보고 정말 얼굴이 두껍다,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책임을 정부여당으로 돌렸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안건조정위를 통과했지만 남은 절차도 만만치 않다. 해당 상임위인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를 통과해야 최종 효력이 발휘된다. 특히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인 만큼 최종 처리까지는 여야 간 진통이 예상된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