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 우선순위를 '물가'로 지목하는 등 한국은행의 '빅스텝' 단행에 대한 지지 입장을 드러냈다. 한은과의 '엇박자' 논란에 선을 그은 셈이다. 특히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해 75bp, 50bp 인상 여부에 대해 말한 적 없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취약차주 문제에 대한 한은과의 정책공조와 관련해서는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자주 회의를 하면서 금융취약계층 프로그램, 단기시장 안정조치, 자금 공급 등을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리스크 증가속도가 주춤해졌다며 안정적 관리와 정책 일관성을 언급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과 관련해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렵다"면서도 대외 환경 속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 방문 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가 우선"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3.00%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한 상태다. 이로써 10년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렸다.
추경호 부총리는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 가서 '정책 최우선은 물가안정'이라고 한 것도 물가안정이 곧 금리 정책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사실 환율 안정하고도 관련되기 때문"이라며 "환율이 많이 튀고 있는데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환율 불안이 계속 가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25bp냐 50bp냐의 정도의 문제가 있다"면서도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75bp, 50bp 인상해라 말아라 그렇게 이야기한적은 없다"고 선을 그엇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미국과 (국내) 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그걸(금리 인상) 가파르게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 문제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여러 대출자들이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놓고 추 부총리가 금리 수준에 대해 우회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해석이 제기돼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와 금리 인상에 대한 스탠스가 유사하냐는 질문에 추경호 부총리는 "생각이 비슷하다"며 선을 그은 셈이다.
아울러 취약차주 문제를 두고 한은과 정책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과 관련해 "금통위도 (취약차주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라며 "이를 다 살피면서 정책조합 나와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금리 올리지 말란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자주 회의를 하면서 금융취약계층 프로그램, 단기시장 안정조치, 그리고 정책금융기관이 나서서 단기 회사채 소화, 자금 공급 등을 한다"며 "필요할 땐 한은이 국채단순매입도 하고, 회의에서 한 쪽에 금리 환율 움직임이 있으면 그 변수 속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를 방치할 수 없으니까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 방문 중인 13일(미국 워싱턴D.C 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진 물가 우선"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2일(미국 뉴욕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한국경제설명회(IR)와 관련해서는 해외투자자들의 우려도 최근 금리 급등으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추 부총리는 "(해외투자자들의) 가계부채 수준 우려에 대해 우리가 최근 가계부채 증가가 주춤해졌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되니까 그런 리스크의 증가속도가 주춤해졌다"며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정책 일관성 갖고 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환율 급등으로 인해 불거진 '외환위기설'과 관련해 "한국 대외건전성은 우려하지 않는다는게 그들(해외투자자들)의 이야기"라며 "지난번에 갔다왔을 때도 그이야기 했는데, 지금도 기본적으로 한국을 위험대상으로 놓고 자기들끼리 전략을 바꿔야 하는거아니냐 그런 분위기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문제는 글로벌이 이런 환경이 생기니까 전체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과정에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 이 속에서 한국 포함해서 전세계가 겪는 공통적 현상으로 걱정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문제가 돼서 불신이 커지고 그런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추 부총리는 내년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성장률은 내년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IMF 전망도 그렇게 나온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 11일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 대비 0.1%포인트 낮춘 2.0%로 전망한 바 있다. 올해 성장률은 당초 대비 0.3%포인트 올린 2.6%로 내다봤다.
추 부총리는 "IMF는 다행이 당초 우리가 전망한 2.6%로 보고 내년은 0.1%포인트 낮췄다"며 "우리가 당초 2.5%로 전망했을 때는 희망적 정책 의지도 넣은 것인데, 내년 성장전망은 2.5%보다는 훨씬 낮아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내년 성장률을 얼마로 할지는 상황 더 보고 구체적 수지 발표할 예정인데,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렵다"며 "올해에 수치로 보면 우리 취약한 부분에 대해 경각심 갖자고 하는건데 2.6%면 나쁘지 않고 상반기 약 3% 성장은 대외 환경 속에서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 방문 중인 13일(미국 워싱턴D.C 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진 물가 우선"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장바구니 모습. (사진=뉴시스)
워싱턴D.C.(미국)=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