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합격자 10명 중 6명 이상 수도권 출신

사교육걱정없는세상·강득구 의원실, 교육부 자료 분석 결과
서울·경기 영재학교 합격자 70% 사교육 밀집 지역 출신
"영재학교 지필고사 폐지,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개정해야"

입력 : 2022-10-18 오후 5:00:17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내년도 영재학교 합격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수도권 지역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 강남 등 사교육으로 유명한 서울·경기 10개 지역에 영재학교 합격자가 집중돼 있었다.
 
18일 교육 분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전국 8곳의 영재학교 합격자 838명 중 557명(66.5%)이 수도권 지역(서울·경기·인천) 중학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67.1%)보다는 0.6%p 감소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합격자가 수도권에 쏠려있는 셈이다.
 
전국 영재학교 8곳은 △경기과학고 △광주과학고 △대구과학고 △대전과학고 △서울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한국과학영재학교 등이다. 
 
경기과학고와 서울과학고는 각각 합격자의 92.9%·85.3%가 서울·경기 지역 중학교 출신으로, 쏠림 현상이 더욱 심각했다. 지역에 소재한 영재학교도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 지역 출신이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합격자 가운데 세종 출신은 16.9%(15명)에 그쳤지만 서울·경기 지역 출신은 52.8%(47명)나 됐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 출신보다 서울·경기 지역 출신이 3배가량 많은 셈이다.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도 서울·경기 지역 출신 합격자(53.8%)가 학교 소재 지역 출신 합격자(22.3%)에 비해 약 2.4배 많았다.
 
아울러 영재학교 합격자들은 서울·경기 지역 사교육 과열지구에 몰려있었다. 서울·경기 지역 출신 영재학교 합격자 483명 중 69.2%에 해당하는 334명이 수도권 사교육 밀집 지역 10곳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서울 지역 출신 합격자 268명 가운데 25.0%(67명)가 서울 강남구의 중학교를 졸업했다. 이어 양천구(40명·14.9%), 송파구(29명·10.8%), 서초구(28명·10.4%), 노원구(20명·7.5%) 순이었다. 경기 지역의 경우 합격자 215명 중 47명(21.9%)이 성남시 출신이었다. 고양시(30명·14.0%), 수원시(27명·12.6%), 용인시(24명·11.2%), 안양시(22명·10.2%)가 그 뒤를 이었다.
 
교육부도 이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을 의식해 지난 2020년 11월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을 내놨다. 해당 방안에는 영재학교 간 중복 지원 금지, 지역 인재 우선 선발 비율 확대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별도의 지역 인재 전형을 두지 않고 1·2단계 통과자 가운데 선발 인원과 우선 선발 지역을 학교와 시·도교육청이 결정하도록 해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게 사걱세와 강 의원의 설명이다.
 
사걱세와 강 의원은 문제 해결 방법으로 '영재학교 지필고사 폐지'를 제안했다. 지필고사 형식의 입학전형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이를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지원자가 속한 광역시·도의 영재학교 1곳 지원 △시·도교육청 산하 영재발굴센터 신설을 통한 영재 선발 방식 혁신 △시·도교육청 위탁교육 형태로 체제 전환 등 중장기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개정도 요구하고 나섰다. 영재학교 입학생의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 단위 영재학교 지원이나 이중 지원이 불가하도록 하고, 영재학교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필수로 가르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걱세와 강 의원은 "이처럼 심각한 영재학교 입학자의 수도권 및 사교육 과열지구 쏠림 현상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개선방안을 시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평가하기에는 이른 거 같다"며 "실질적인 효과가 있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도 효과가 없다면 후속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18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전국 8곳의 영재학교 합격자 가운데 66.5%가 수도권 지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는 비수도권 영재학교 3곳의 출신 지역 비율을 비교한 모습.(그래프 = 사교육걱정없는세상·강득구 의원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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