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은화 기자]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엔까지 오르며 3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이 올해 들어서만 3번의 ‘자이언스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았고, 내달에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증권가에선 엔저(엔화 약세) 수혜주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유효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20일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9.7엔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150엔을 돌파하며 ‘버블 경제’ 후반기인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세웠다. 버블 경제란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본연의 가치보다 가격이 더 높게 부풀어 있던 경제 상황을 뜻한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초 버블 붕괴가 일어났다.
지난해 말부터 114~115엔 수준에 머물러 있던 올해 3월부터 우상향했다. 3월1일(114.8엔)부터 지난 20일까지 약 8개월 동안 30.4% 올랐다. 엔화 약세의 주 원인은 일본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와 일본의 수입물가 부담에 따른 무역적자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달 1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 올 해 들어 4번의 ‘자이언스 스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980년대 합의됐던 프라자합의를 완전히 되돌리는 역플라자합의 결과에 이를 수 있도록 완전히 엔저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게 오히려 일본 정부의 현재 입장”이라며 “엔저는 향후 훨씬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역플라자합의란 1995년 4월 G7(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 7국가) 경제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이뤄진 엔저 유도를 위한 합의를 말한다.
이례적인 엔저 상황에 증시전문가들은 수혜업종으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눈여겨 보라고 조언한다. 일본에서 자재를 수입해 올 때 수입 단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무래도 실적이 좀 빠르게 개선되다 보니 수출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4분기 단기적으로 보면 리테일 업종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대표적인 저성장국가여서 내수만으로 부족하니 외국인의 소비를 늘리고자 하는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며 “외국에서 오시려면 엔화 약세가 외국인들에게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지난 20일 달러당 149.7엔에 마감했다. 장중 150엔을 돌파하며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뉴시스
최은화 기자 acacia04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