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은 24일 검찰의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재시도에 대해 "협치는 끝났다"며 "이 모든 것을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진두지휘한다고 확신한다"고 윤석열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재명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정국은 얼어붙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검찰의 갑작스러운 당사 압수수색 재시도에 국정감사 참여를 뒤로 미루고 오전과 오후로 나눠 두 차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 대책을 모색했다. 오전 의원총회 때만 해도 민주당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의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재시도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국정감사를 잠정 연기하고,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몰려가 규탄 시위를 열기로 결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정부의 국정감사를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날이지만, 저희는 국회를 나와 대통령실 앞에 섰다.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을 이 무도한 윤석열정권이 버젓이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야당에 대해 단순히 협치 거부 정도가 아니라 야당을 말살하고 말겠다는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전날, 오는 25일 국회 시정연설 이전까지 대장동 특검에 대한 수용 여부와 함께 해외 순방 중 있었던 비속어 논란에 대한 사과를 촉구한 답이 '당사 기습 침탈'이란 게 민주당 입장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날 출근길에서 이와 관련해 "추가조건을 붙인다는 것을 헌정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며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윤 대통령 입장이 명확해졌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도 입장문을 내고 "오늘 오전부터 피의자 김용이 근무한 민주연구원 부원장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하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 장소는 민주당이 아니라 별도 법인인 민주연구원의 피의자 개인 근무공간이며, 법원으로부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오후 들어 김용 부원장 변호인 입회 하에 영장 제시 후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과 당직자들이 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강력한 메시지에 오전 파행으로 얼룩졌던 국감 역시 오후에도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나, 민주당이 내린 결론은 국감 복귀와 25일 윤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거부였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오후 의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오후 있을 국감은 일단 입장하기로 했다. 어려운 민생 위기 속에서도 무능함을 넘어 정치보복 수사에만 열을 올리며 야당 당사까지 침탈하는 부당한 상황에 대해 단호히 문제 제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서는 "협치를 파괴하는 윤석열정권이 야당을 압살하려는 의지 속에서 정상적인 시정연설을 용인할 수 없고 수용할 수 없음을 결의했다"며 "헌정사 다시 없을 야당에 대한 막말 포함해 여러 부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국회 회의장에 들어가서 시정연설 박수라도 치라는 것인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불참인지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내일 오전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자신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턱 밑까지 차오르자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 중 야당의 중앙당사를 침탈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정당사에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며 "비통한 심정으로 이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울먹였다. 숱한 정치적 역경에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왔던 이 대표가 가족사를 제외하고 자신이 연루된 의혹에 눈물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강성 지지층 등 대국민 메시지로 읽히는 동시에 이 대표가 극도의 초조함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낳았다.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검찰 관계자가 압수수색 물품을 담을 박스를 챙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지난 21일 검찰의 대장동 의혹 재수사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을 제안할 때만 해도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검찰이 대선자금으로 수사를 확대하자, 다음날 "운명적 상황에 처한 것으로 그래서 국민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 데 이어 이날 눈물까지 보이며 대국민 호소전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또 다른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 의혹과 함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측근설이 불거지자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직접 언급한 측근 두 명이 잇따라 검찰 수사망에 들면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유동규 전 본부장으로부터 대장동 민간 개발이익 중 일부인 수억원을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건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언론을 통해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이 대표 측은 여전히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정진상 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가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로, 저는 이미 검찰, 경찰의 소환에 응해 수차례 조사를 받았다"고 항변했다. 김용 부원장도 이날 변호인을 통해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있다"며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으며 8억원 수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