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후 이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은 24일 오전 국정감사에 불참했다가 오후 들어 복귀했다. 검찰이 이날 오전 기습적으로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재시도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 오전 국감은 파행을 맞았다. 하지만 SPC 공장의 계속된 산업재해와 레고랜드 사태, 카카오 먹통 사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제1당이 국감을 파행시킬 경우 ‘민생은 뒷전’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오후 복귀를 선언했다. 대신 민주당은 ‘정치수사 중단하라’ 등과 같은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등 상임위 별로 대응하기로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거부키로 방향을 세웠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정권의 기습적인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은 국회 무시, 야당 탄압으로, 국정감사를 방해하는 침탈 행위임을 다시 한 번 의원들 간의 (의사를)재확인하고 규탄했다”며 “오후 국정감사는 국정감사장에 입장해서 어려운 민생 위기 속에서도 무능함을 넘어 오로지 정치보복 수사에만 열을 올리며 야당의 당사까지 침탈하는 부당한 상황에 대해 정상적인 국정감사가 이뤄질 수 없도록 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지적하고 문제제기를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된 10개 상임위(법사위·정무위·기재위·과방위·외통위·국방위·행안위·문체위·산자중기위·환노위)가 모두 정상적으로 열렸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 시간 뒤인 10시부터는 각 상임위에서 열리는 국정감사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이날 오전 8시45분경 민주당사에 위치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재시도하면서 당에 비상이 걸렸다. 박성준 대변인에 따르면 검찰은 총 17명의 인원이 출근하는 당직자들에 섞여 신분과 압수수색 영장을 밝히지 않고 기습적으로 당사 8층에 위치한 민주연구원에 진입했다. 이후 김용 측 변호인이 도착할 때까지 대기하면서 오후까지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적법하게 제시하고 입장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 측에서는 검찰의 오전 민주당사 진입 관련 CCTV를 제시하면서 영장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오전에 기습적으로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오전 10시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 참석을 위해 불참하면서 오전 국감은 파행 수순을 맞았다. 민주당은 오후에도 의원총회를 다시 열고 논의를 이어갔다. 그 결과 민주당은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보다는 복귀행을 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각 상임위에서 한때 ‘정치수사 중단하라’ 등과 같은 팻말을 붙이고 국정감사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정감사는 이날로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는 탓에 마지막 날인 데다가 민생 현안도 산적해 국감 전면 보이콧을 선언할 경우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에서 야당 탄압 규탄 및 보복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국감에서 다뤄야 할 민생 현안도 산적했다. 통상 국정감사 마지막 날에 진행하는 종합감사는 앞서 피감대상을 대상으로 밝혀진 내용, 질의에 대한 시정사항 등에 대해 재차 확인하는 경향이 컸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SPC 공장의 계속된 산업재해와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채권시장 불안, 카카오 먹통 사태 등 현안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증인을 새롭게 채택하고 질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구체적으로 환경노동위원회는 SPC그룹의 공장에서 최근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데 이어 또 다른 계열사 샤니에서도 40대 노동자가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관련 논의와 함께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었다. 과방위에서는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등이 출석할 예정이었다.
정무위원회에서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촉발시킨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 집중 논의될 예정이었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 산하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자금 조달을 위해 2020년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지만 부도처리되면서 불거졌다. 강원도가 이 채권을 발행할 때 지급보증을 섰지만 김 지사가 “회생신청을 내겠다”고 하면서 채권시장을 뒤흔들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파장은 컸다.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국채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자, 회사채 등 그 아래 있는 채권들도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자금의 흐름이 막히는 이른바 ‘돈맥경화’가 벌어졌다. 이에 회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먼저 받고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 등이 직격탄을 맞아 부도 위기론까지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막중한 민생 현안에도 국정감사 기간에 검찰이 민주당사를 기습 압수수색한 점에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회의에서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못 갚는 고위험가구가 38만이고, 전체 40%가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못 갚는 한계기업의 만기규모가 80조원이 넘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가 레고랜드 사업 채무불이행을 하겠다고 해서 자금 경색에 기름을 부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때문에 건실한 건설업체, 산업, 부동산, 금융 전반에 심각한 충격이 왔다”며 “경제 비상상황에 맞는 비상대책 수립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지금처럼 야당탄압, 야당말살을 해선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오는 25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은 수용 거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 원내대변인은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협치를 파괴하는 윤석열정권의 태도에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결의했다”며 “막말을 포함해 헌정사에 다시 없을 야당을 향한 부당한 행태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추가 조건을 붙인다는 것은 제가 기억하기론 우리 헌정사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민주당이 내건 조건들의 수용 불가 입장을 확인했다. 민주당은 해외 순방 도중 있었던 비속어 발언에 대한 사과와 함께 이 대표가 제안한 대장동 특검 수용 여부를 국회 시정연설 전에 밝힐 것을 요구한 상황이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