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민주당 대표가 28일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열을 재정비하며 민생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대선 자금으로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된 상황에서 결국 믿을 것은 국민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다행히도 우호적 여론이 확인되면서 이 대표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가계부채와 고금리 편에 참석한 데 이어 27일 금융위기 대책 마련 긴급 현장점검의 일환으로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28일에는 대구로 내려가 최근 화재 피해를 입었던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간담회를 열고 상인들을 위로했다. 화재 피해 현장을 시찰하고 지역 소방서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듣기도 했다. 지난 24일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재시도에 울먹이며 검찰 규탄·대국민 호소전을 전개한 데 이어 사흘 새 하루 하나 꼴로 경제 관련 일정을 소화하며 민생 속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최문순 전 지사와의 정치적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레고랜드 사태'를 촉발시킨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이로 인한 채권시장의 요동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한 윤석열정부에 연일 맹폭을 가했다. 이 대표는 28일 "김진태발 금융위기 때문에 자금시장이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한국전력의 공사채가 5.99%의 이자율로 공사채를 발행했는데 유찰이 됐다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실물경제도 정말로 많이 나빠지고 있는데 반도체 수출이 크게 둔화돼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민생과 경제의 위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이재명(오른쪽에서 두 번째) 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위기 대책 마련 긴급 현장점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과 함께 검찰 수사가 자신의 대선 자금으로까지 확대되자, 한때 극도의 긴장감을 주위에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때를 맞춰 이 대표의 장남을 불법도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일부에서 자신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퇴진 등 극단적 요구까지 제기됐지만, 당이 단일대오를 갖추며 윤석열정부의 야당탄압, 정치보복에 맞서기로 하자 그제서야 안도했다. 특히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 대표에게 큰 힘이 됐다고 주변 인사들이 전했다.
이날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국민 54.0%가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해 "야당탄압, 정치보복 수사"라고 답했다. 41.7%는 "혐의에 대한 정당한 수사"라고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은 이 대표가 제안한 특검 도입의 찬성 여론으로 이어졌다. 국민 53.6%는 대장동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 주체로 '특검'을 지목했다. '검찰'이 합당하다는 의견은 36.9%에 그쳤다. 당대표 퇴진 요구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46.1%로 '찬성'(37.3%)을 앞질렀다. 앞서 26일 발표된 쿠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탄압이라는 야당 주장에 52.7%가 '동의'를 표했다.
반면 민생은 절대적 위기였다. 지난 21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61.5%는 "민생경제가 국가안보보다 더 시급하다"고 인식했고, '국가안보'를 더 시급한 현안으로 내세운 비율은 35.3%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민생 현안 관련해서는 국민 절반이 넘는 51.9%가 '물가 안정'을 첫 손에 꼽았다. 이어 '금리 안정'(24.2%), '환율 안정'(11.7%), '부동산 안정'(7.7%) 순이었다. 민생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향했다.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다름 아닌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16%)이었다. '경험·자질 부족과 무능함'(11%)이 그 다음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로서는 절대권력을 가진 윤 대통령과 정치적으로만 싸워서는 이길 수가 없다. 현 정치의 중심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윤 대통령이 제일 못하는 분야가 민생이기 때문에 이것을 치고 들어가는 것이다. 정치에서 여론이 가장 무섭고 힘이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여론을 잡으면 이 대표가 산다"고 분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