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 유포해 징역 42년형이 확정된 조주빈(26)이 또 다른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이 2일 열렸다. 이날 조주빈은 대다수 혐의를 부인하며 국민참여 재판을 희망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이중민)는 이날 오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조주빈은 음란물 제작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강간·준강제추행·아동복지법 등 검찰이 기소한 대다수 혐의를 부인했다.
조씨측 변호인은 “당시 피해자와 합의로 성관계가 이뤄졌기 때문에 강간 등 혐의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며 “13세가 이상 미성년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없는 사람으로 볼 수 없어 아동복지법 위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주빈은 직접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국민참여 재판 진행을 원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조주빈은 “맞다”고 대답했다.
반면 피해자 측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 반대를 명확히 했다. 피해자 측은 “국민참여 재판을 신청한 조주빈의 의도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라며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조주빈이 국민참여 재판까지 신청해서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할 수 있다”며 피해자 측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양측 의견과 자료를 확인한 뒤 남은 절차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주빈은 지난 2019년 미성년자인 A양에 대한 성 착취물을 만들고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미 재판이 끝난 ‘박사방’ 사건보다 먼저 일어난 일로, 조주빈은 지난해 10월 ‘박사방’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을 확정받았다. ‘박사방’ 사건은 조주빈이 2019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들 수십 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판매·유포한 범행이다.
조주빈은 ‘부따’로 알려진 강훈(21)과 함께 SNS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25일 검찰은 조주빈과 강훈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당시 피해자 측 변호인들은 "피해자들 고통에 상응하는 처벌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해당 재판부는 24일 선고공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0년 3월25일 조주빈이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