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 9월 말 2200선 밑으로 내려가며 연저점을 기록한 코스피가 지난달부터 대형주를 중심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의 급락으로 가격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된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탈중국’ 움직임에 외국인 수급이 몰렸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외국인 수급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최근 하락 폭이 컸던 반도체주들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이고 있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최근 반도체 업종의 모델 포트폴리오 비중을 큰 폭으로 확대했다. 증권사들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최근 2달 연속으로 반도체 업종의 비중을 낮췄는데, 이달에만 비중을 12.86%포인트나 확대했다. 지난달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2%에 불과했던 반도체 비중은 이달 16.28%로 증가했다.
모델포트폴리오(MP)란 투자일임업자가 투자일임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금융상품의 종류, 비중, 위험도 등의 내용이 포함된 운용방법이다. 다수의 금융기관들은 투자자들에게 전문가들이 구성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반도체 업종의 비중을 높인 것은 최근 외국인의 수급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지난 10월부터 국내 증시 순매수에 나섰다. 최근 5주 연속 순매수했으며, 4조5000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찾는 이유로는 국내 반도체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매력도를 비롯해 중국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이머징마켓(EM) 향 자금이 유입이 꼽힌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의 3번 연임으로 장기집권이 현실화하면서 주요 연기금에서 신흥국 증시 내 중국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대신 다른 신흥국 증시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텍사스 교직원퇴직연금(TRS)은 신흥국 주식 추종지수(BM)를 중국 주식 투자 비중을 낮추고 대만, 인도, 한국 등 다른 국가 주식 비중을 높인 바 있다. 이에 따라 TRS의 EM 주식 내 중국 비중은 35.4%에서 17.7%로 줄었고, 한국 비중은 11.2%에서 14.3%로 늘어났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딱히 나아진 것도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순매수와 숏커버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신흥국지수 내 포트폴리오 변화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며 “2022년 7~10월까지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08억 달러였지만, 인도, 브라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같은 기간 동안 순매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증시전망을 내놓은 국내 증권사들 역시 유망업종으로 일제히 '반도체'를 추천하고 있다. 올해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혹한기’를 맞았지만, 연말 재고 소진이 시작되면 실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내려갈 때 주가수익비율(PER)이 올라가는 신호를 진입시점으로 볼 수 있는데 반도체는 매수시점이 가장 가까워진 업종으로 꼽을 수 있다”며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는 과거 이런 시점이 매수기회인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증권사들이 내놓은 모델 포트폴리오에선 반도체와 자동차, 건광관리, 화장품·의류 섹터의 비중이 확대됐으며, 필수소비재, 화학, 소프트웨어 등은 비중이 줄었다.
삼성전자 연구원이 Micro LED 개발라인에서 유리 배선검사기에 기판을 올려 검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