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첫 문턱 넘었지만…세제혜택 등 '첩첩산중'

중국 디스플레이 굴기에 국내 LCD 산업 쇠퇴
OLED도 추격중…"세부 지원책 마련 요구"

입력 : 2022-11-07 오후 3:35:09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디스플레이 산업이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되면서 중국의 저가·물량공세를 떨쳐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의 반등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성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이 기술적 격차를 좁혀온 만큼 우리도 세제 혜택, 자금 지원 등을 신속히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디스플레이 점유율(매출 기준)은 43%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지난해 점유율 41.5%로 한국(33.2%)을 제치고 처음 1위에 오른 바 있다.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최선두에 선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한국의 올해 점유율은 3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2000년대 후반까지 디스플레이 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장악했었다.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보다 색감이 뛰어나고 저전력인 LCD(액정표시장치)에 강점을 가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034220)가 해당 시장을 독점했던 구조다. 이같은 분위기는 2010년대 들어 반전됐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은 이른바 '디스플레이 굴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2018년부터 LCD 시장에서 한국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중국의 지난해 LCD 시장점유율은 50.9%에 달했으며 한국은 14.4%에 그쳤다. 점유율 하락은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2014년까지 300억달러가 넘던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지난해 214억달러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G디스플레이 OLED 디지털아트전 '네버 얼론'을 통해 공개된 작품 '민트 유어 데스티니(Mint Your Destiny)’의 실제 전시 모습. (사진=LG디스플레이)
 
이같은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는 정부의 대규모 지원 덕분으로 분석된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201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174억5700만위안(약 3조3000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지난 12년간 BOE가 받은 연평균 정부 보조금은 약 13억6500만위안(약 2593억3000만원)에 달한다. 
 
2018년에는 BOE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세계 최초 10.5세대 LCD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10.5세대 원판은 기존 8세대와 비교하면 면적이 1.8배에 이르는데 BOE가 들인 투자 비용은 총 투자비용(400억위안)의 10%인 40억 위안에 불과했다. 같은해 한국과 중국의 LCD 점유율 순위가 뒤바뀌었다.
 
최근 들어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분야에서도 맹추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OLED 시장점유율은 2016년 98.1%에서 지난해 82.8%로 내려간 사이 중국은 1.1%에서 16.6%로 상승했다. 감소한 비중을 그대로 중국이 가져간 셈이다.
 
BOE는 올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95인치 8K OLED 패널을 전시하는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BOE는 올해 쓰촨성 청두 등에 위치한 6세대 OLED 생산라인을 지난 1분기부터 가동했으며 충칭에 건설 중인 중소형 OLED 생산라인도 올해 하반기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충칭 공장까지 포함해 올해 중·소형 패널 출하량을 1억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디스플레이가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됐으나 반드시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디스플레이는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돼있는 탓에 세액 공제율이 3%에 그친다. 반면 반도체 등 업권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최대 40%(대기업)에 달한다. 따라서 세제 혜택 등 구체적 지원 방안을 확정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2차전지는 그래도 아직 전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빠른 대처와 지원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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