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건설 현장에서의 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으며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 3분기 100대 건설사의 경우 사망사고가 전 분기 대비 50% 증가하는 등 건설사 전반에 걸쳐 안전 및 사망사고에 대한 경각심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최고경영자(CEO)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중대재해처벌법의 규제 범위가 보다 명확해져야 하고, 기업 스스로도 안전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자구책 마련이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8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1~9월 48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510명이 숨졌다.
이중 건설 업종은 가장 많은 243건의 사망사고와 함께 25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전체 절반에 달한다. 공사금액별로는 50억원 미만 현장에서 171명(67.6%), 50억원 이상 현장에서 82명(32.4%)이 사망했다.
기간을 3분기로 좁혀도 건설 업계의 사망 사고 발생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의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건설사고 사망자는 총 61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총 18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명 늘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는 총 14곳이다. DL이앤씨를 비롯해 대우건설, 계룡건설산업, 호반산업에서 각각 2명씩 사망자가 나왔다. 특히 DL이앤씨는 4분기 연속 총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 DL건설, 금호건설, 코오롱글로벌, 서희건설, 엘티삼보, 화성산업, 일성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삼환기업에서 각각 1명씩 사망자가 발생했다. 100대 건설사 사망사고와 관련된 하도급사는 안송건업 등 15개사다.
3분기 100대 건설사의 사고 종류도 가장 흔한 깔림, 끼임 사고는 물론 추락, 물체에 맞음, 익사 등 다양했다.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9개월 이상 흘렀음에도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여전히 현장에서 안전 조치가 미흡하고 중대법에 대한 경각심도 떨어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는 건설 업계가 안전 관리 체계 구축에 나름 신경 쓴 모습을 보였지만, 법 시행 이후 업계를 중심으로 개정 주장이 제기되면서 경각심이 다소 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중대법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중대법은 CEO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근본적으로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체계의 법이 아니다"라며 "전반적으로 처벌 규정이 모호해 보다 산업재해를 방지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현장 상황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처벌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 스스로 사고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이 핵심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류경희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장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기업 스스로 사고 예방 역량을 갖추고, 지속 가능한 예방 체계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