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치 못했다"…쿠팡 적자 끊고 첫 흑자전환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적자 예상했지만…8년 만에 분기 첫 흑자
아마존·알리바바, 경기둔화 속 어닝쇼크…선제적 투자와 공급망 최적화

입력 : 2022-11-10 오후 3:08:35
쿠팡이 3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예측이 빗나갔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쿠팡이 3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예측이 빗나갔다.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쿠팡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그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단행했던 대규모 투자와 물류 효율화 노력이 비로소 빛을 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쿠팡이 3분기 영업이익 1037억원(7742만달러)을 내며, 2014년 로켓배송 시작 후 8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한 것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이커머스 업계에도 적지 않은 놀라움을 안겨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각각 쿠팡의 3분기 영업손실을 예상하는 분석 보고서를 냈다. 우선 JP모건은 쿠팡이 3분기 2600만달러(368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적자는 전분기 대비 62%,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92% 줄어든 규모였다. 
 
골드만삭스 역시 쿠팡의 영업손실이 895억원 줄어든 3500만달러(490억원)로 전망했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쿠팡의 첫 분기 흑자전환이 더욱 주목 받는 것은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달리 쿠팡은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에 따른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아마존은 올해 내내 시장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했다. 1분기에는 7년 만에 순손실(38억4000만달러)을 냈고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32% 하회한 37억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에도 연달아 순손실(20억3000만달러)을 낸 가운데 아마존이 최근 발표한 3분기 매출(1271억1000만달러)은 시장 전망치(1274억6000만달러)를 소폭 밑돌기도 했다. 결국 아마존은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시총이 1조달러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알리바바도 1분기 회계연도(4~6월) 매출 2055억5000만위안으로 0.09% 하락했다. 하락율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알리바바의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14년 뉴욕 증시 상장 후 처음이기에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 징동닷컴의 2분기 매출 성장률(5.4%)도 분기 기준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콘텐츠나 클라우드, 광고 부문에서 수익을 내는데 최근 들어 이커머스 분야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쿠팡은 메인 비즈니스인 이커머스에서 수익을 냈다는 점은 차별화된 경쟁력 덕분으로, 한국 혁신 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이처럼 고금리, 고물가로 글로벌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임에도 쿠팡이 분기 첫 흑자전환을 이룬 배경에는 △자동화 기술 및 물류 인프라 △공급망 최적화 △프로세스 혁신 투자 등이 꼽힌다. 
 
쿠팡은 지난 2014년부터 수도권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하며, 6조원의 적자를 감수키로 했다. 기존 택배업계의 중간 유통 단계를 대대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로켓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투자로 쿠팡은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신선센터·배송캠프를 마련했다. 
 
최적의 물류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효율성을 높인 점도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쿠팡은 수년간 쌓은 고객의 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매입한 물건의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는 최종고객과 가까운 인근 물류 거점에 배치해왔다. 덕분에 물류센터 입고-집품-출고-최종배송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은 '개인용 정보단말기(PDA)'를 통해 효율적인 동선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김범석 쿠팡 창업자(쿠팡 Inc 의장)도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자동화 기술에 기반한 물류 네트워크를 흑자 전환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김 의장은 "지역별로 수요의 변화를 보다 잘 예측하고, 재고 주문, 발주를 최적화하기 위해 '머신 러닝'을 활용하면서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50% 줄인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2024년까지 광주, 대전 지역에 신규 물류센터 추가 건립을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고용 규모도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쿠팡의 적자 이슈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연간 기준 흑자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국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저조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소매시장 점유율은 7.8%로 예상된다. 
 
이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김 의장은 "고객의 소비 증가세는 계속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전체 소매 시장은 2025년 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 교수는 "이커머스 침투율이 높아지는 등 인터넷 쇼핑 시장이 성숙화되는 상황에서 이커머스는 살아남는 자와 살아남기 힘든 자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은 이런 상황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우월한 입지를 늘려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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